오미크론 변이 우세종화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가 폭증하고 있지만, 한편에선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전파력이 높은 반면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의 특성상 중증화율만 더 낮출 수 있다면 코로나19가 감기 같은 풍토병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브리핑에서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은 델타 변이에 비해 2배 이상 높고, 중증도는 델타 변이에 비해 낮으나 인플루엔자보다는 다소 높게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델타, 오미크론 변이 확정사례를 비교 분석한 결과,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은 0.16%로 델타 변이(0.80%)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예방접종 추이에 따라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인플루엔자 수준까지 낮아질 수도 있다. 국립중앙연구원·국립보건연구원 분석에서 3차 접종 후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중화항체가는 접종 전보다 10.5~113.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3차 접종률은 49.2%다. 정 청장은 “3차 접종을 신속하게 진행하면 접종 초기 감염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또 위·중증, 사망 예방을 할 수 있다”며 “지난해 12월 집중적으로 3차 접종이 진행된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지난주에도 주간 발생률이 가장 낮다. 그만큼 3차 접종을 받은 60세 이상이 오미크론의 발생률도 낮고 위·중증률도 낮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이 26일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오미크론 대응단계’의 종국적인 방향도 ‘위드(with) 코로나’다. 이는 확진자 발생 통제보단 위중·중증환자, 사망자 관리에 중점을 둔 방역체계로, 단계적으로 코로나19 방역체계를 ‘풍토병화’하는 방향이다. 국내 전문가들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방지환 서울시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에 교차 면역이 되지 않는 또 다른 변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풍토병화가 가능하다”며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률이 높아 확진자가 해외보다 천천히 증가하면서 유행세가 길어질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보다 먼저 오미크론 우세화를 겪은 유럽에선 이미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한스 클루주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 소장은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이후 유럽의 팬데믹 종식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이 일종의 팬데믹 엔드게임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는 그럴듯하다”며 “현재 급증 사례가 진정되면 몇 주 혹은 몇 달 내로 전 세계적인 면역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올 연말 다시 찾아올 수도 있겠지만, 그게 꼭 팬데믹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WHO 유럽사무소는 현재 유럽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 53개국의 감염 사례를 살피고 있다. 유럽사무소에 따르면 53개국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0일 170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경신한 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클루주 소장은 “풍토병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풍토병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 바이러스는 우릴 두 번 이상 놀라게 한 만큼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도 확산세가 주춤하는 분위기다. 이날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사례가 상당히 급격히 줄면서 상황이 좋아 보인다”며 “확진자 감소세가 지속한다면 전국적인 전환이 시작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