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편의점 업계 5위인 미니스톱 인수에 성공하면서 편의점 업계의 3강 체제가 가시화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롯데가 너무 높은 금액을 써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우려가 제기되는 반면 롯데로서는 무리한 금액이 아니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롯데지주는 지난주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3133억6700만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롯데가 미니스톱 인수전에 참여했을 때 제시한 4000억 원보다는 낮지만 시장에서 예상했던 매각가 2000억 원대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취득 예정일은 28일로, 롯데가 세부적인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자금 마련을 위해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인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는 이번 인수합병(M&A)에서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본입찰로 직행하며 미니스톱을 품에 안았다. 이는 퀵커머스(즉시배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유통 시장에서 미니스톱의 2600여개 점포와 12개의 물류센터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한 편의점 업계 빅3 도약과 함께 라이벌인 신세계와의 M&A 경쟁에서 더 밀리지 않기 위한 의중도 포함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으면서 이커머스 경쟁에서 롯데가 뒤처질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미니스톱 인수전에서는 편의점 톱3를 노리던 이마트24가 롯데에 고배를 마셨다. 이로써 이마트24는 당분간 편의점 순위 경쟁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롯데가 시장 예상가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이며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 우려도 제기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통상 M&A를 진행할 때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기 위한 매각가를 산출하는데 많은 공을 들인다”면서 “하지만 이번 롯데가 제시한 미니스톱 인수가격은 관련 업계에서도 놀랄 정도로 너무 높은 가격이어서 향후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니스톱은 최근 유통업계 변화 트렌드 대응이 늦어지며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미니스톱의 지난해 회계연도(2020년 3월~2021년 2월) 매출은 1조7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 하락했고, 영업손실은 143억 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탈 점포도 문제다. 롯데가 미니스톱을 인수했지만 가맹점 계약이 종결되면 타 편의점으로 브랜드 변경을 원하는 점주나 계약 연장을 원하지 않는 점주를 막을 순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계약이 종료되는 미니스톱은 313개로 총 점포수 2603개(2020년말 기준)의 12%를 넘는다.
인수가와는 별개로 이탈 점주를 붙잡기 위한 추가 지출, 점포 인테리어, 간판 변경 등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2010년에도 로손과 바이더웨이를 인수했지만 이들을 전부 세븐일레븐으로 바꾸기까지 거의 10년이 걸렸다. 기존 간판을 고수하는 가맹점주들을 강제로 바꾸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기존 미니스톱 로고가 찍힌 도시락, 삼각김밥 등 PB상품을 별도로 제작해야 하는 것도 비용 증가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지난 해 3분기 말 기준 롯데지주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1065억 원으로 단순히 인수가만 놓고 보면 30%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소폭 늘었지만 매출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3분기 실적만 해도 증권사들의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일부 예상대로 SPC를 설립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더라도 자금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지주의 경우 자회사 지분 확대, 롯데쇼핑 실적 회복으로 실적 가시성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의 호텔롯데 실적 부진 지속으로 IPO 재개 및 롯데지주와의 통합지주회사 체제 형성도 지연될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