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일까?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이 요즘 화제다. 신문 칼럼이나 SNS에 필자들이 단골로 인용한다.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우리 시대의 여러 자화상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를 예리하게 파헤치며 가짜뉴스, 진영논리, 정치혐오 등의 이슈들을 제기하고 있다.
새로 발견된 혜성이 지구와 부딪치게 된다는 가설은 영화에서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돈룩업’은 ‘아마겟돈’ ‘딥 임팩트’ 같은 지구의 절체절명 종말 위기를 극복한다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위기의 순간조차도, 인류 공멸의 공포마저도 예능화하거나 희화화한다.
혜성의 최초 발견자인 대학원생 케이트(제니퍼 로렌스)와 담당 교수 민디(레오나르도 카프리오)는 충돌하면 필시 인류를 멸종시킬 크기의 ‘행성 파괴자’가 지구에 도착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6개월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어느 누구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통령 올리언(메릴 스트립)은 곧 있을 중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신경을 쓸 뿐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도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자는 말을 할 뿐이다. 결국 마지막에 가장 핫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지만 진행자 브리(케이트 블란쳇)와 잭(타일러 페리) 역시 민디와 케이트를 화제성 있는 아이템을 엮어 만드는 ‘세상에 이런 일이’류의 인물 정도로 생각한다.
영화는 현실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바이러스 초기부터 지금까지 온갖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뒤섞이고 있는 이때도 마찬가지다. 대선을 앞둔 지금도 여전히 언론은 선정적이고 말초자극적이다. 성경 말씀에 참된 의인 몇 명만 있으면 하느님의 노여움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올곧은 언론사 몇 개만 있어도 언론개혁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박준영 크로스미디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