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구광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 세계 임직원들에게 ‘가치 있는 고객경험’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전했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고객경험’의 효과적 수행이 가능하도록 조직을 개편하면서 주요 부문명을 ‘( )X’라 명명했다. ‘X’는 다른 기업에서도 유행처럼 신설되고 있는 ‘CX’(Consumer eXperience, 고객경험) 부문의 ‘X’와 같은 의미이다.
고객 앞에 펼쳐진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은 점점 더 상향평준화되고 고객들은 제품만이 아니라 첫 인지단계부터 기업이나 브랜드가 자신에게 어떤 감동과 가치 있는 경험을 주는지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좋은 상품은 기본이고 최적화된 고객경험을 누가 더 잘 만드는가가 기업 경쟁력의 중심이 되고 있다. 고객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경험이 일관되고 꾸준하게 매력적으로 ‘진심’까지 더해 전달되어야 하니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알게 모르게 노출되어 있는 모든 접점 중 어느 ‘일순간의 경험’에 의해 고객이 등 돌릴 수 있으므로 기업들은 이 숙제를 피해갈 수 없다.
고객들의 지향가치나 취향이 점점 더 다양해져 누구를 위한 어떤 경험을 만들지 예측하고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다만 테마파크가 아닌, 기업에 바라는 ‘좋은 고객경험’이 무조건 새롭고 강렬한 것만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한 번의 강한 임팩트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이런 것까지 생각했을까’라고 느끼게 하는 섬세함, 그것이 한 번의 반짝 경험이 아니라 지속적인 좋은 경험으로 이어지면 비로소 고객과 긍정적 관계가 만들어진다. 제품이나 서비스 경험 여정에서 여전히 아쉬운 불편요소나 결핍의 해소가 새로운 경험보다 더 적합할 때도 있다. ‘-경험을 0으로, 0을 +로 만드는 일’ 중에서 각자가 해결해야 하는 경험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집중해야 한다. 고객 경험에서 ‘고객’이 누구인지 구체화하고 재정의할 필요도 있겠다.
인간의 경험은 개별적이라기보다 관련된 것들이 연결되어 있으므로 기업들은 고객의 경험 여정 전체를 살피면서 섬세하게 관찰하고 본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경험할 때의 감각은 다감각(Multi Sensory)으로 작동하며, 경험의 영역 또한 감각/감성/인지/관계 등 여러 가지이므로 단편적인 접근을 지양하고 관계자들이 함께 다면적 관점으로 고객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멋진 기획이라도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결과가 다를 수 있으므로 실행 데이터를 보고 다시 경험을 진화시켜야 한다.
경험의 기대수준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경험의 세계 또한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넘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으로 확장되고 있어 경험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워졌지만 그만큼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경험을 만드는 이들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만질 수 있는 것과 만져지지 않는 것들의 다채로운 조합으로 어디까지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작고 큰 기업들과 기관 모두가 ‘고객경험 혁신’을 선언하며 잘된 사례와 자문받을 전문가를 찾기에 바쁘다. 오늘 고민의 주제인 ‘경험’은, 모든 경험을 직접 해 볼 수 없다 하더라도 각자의 당면 상황에서 대안에 대한 가설을 기반으로 그와 관련된 경험을 일부라도 해 본 이들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내야 한다. 경험해 보지 않고 다른 누군가의 것을 전해 들은 것만으로 진짜 경험을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좋은 고객경험을 만들고 싶다면 구성원들이 먼저 그 경험을 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이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본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