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실손의료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선다.
과잉진료 방지를 위한 비급여 관리 강화, 실손청구 전산화는 물론 일부 가입자의 ‘의료쇼핑’으로 인한 보험료 상승이 다른 가입자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상품 체계 개편도 나설 예정이다.
특히 당국은 손해율이 증가하는 기존 실손상품의 4세대 실손 전환에도 속도를 내기 위해 이 전환 실적을 보험사 경영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19일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 보험연구원, 보험협회 등과 함께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협의체’ 발족(Kick-off) 회의를 개최했다.
저출산·고령화 가속으로 국민 의료비 부담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을 보완하는 실손보험의 기능이 위축될 경우 국민의 의료격차 확대가 우려되자 실손보험의 역할을 정립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협의체를 구성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보험회사의 과거 잘못된 상품설계와 의료기관·환자의 과잉진료·의료쇼핑, 비급여 관리체계 미흡 등의 원인으로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30%를 초과하며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상위 의료이용량 10%가 전체 보험금의 56.8%를 수령하는 상황이지만, 인상된 보험료는 모든 보험가입자가 부담을 나눠 지고 있다.
이마저도 불가능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사도 늘고 있다. 2010년 실손 판매 보험사는 30개사에 달했으나 작년 10월 기준 15개사로 반 토막이 났다.
또, 오프라인 방식의 복잡한 청구절차 등으로 인해 가입자들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들도 발생하고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과잉진료 방지를 위한 비급여 관리를 강화하고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상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라며 “가입자들이 청구 불편으로 지급받지 못하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실손청구 전산화를 추진하고 의료보장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바람직한 공·사보험의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4세대 실손으로의 전환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당국과 업계는 손해율이 지속 증가하는 기존 상품의 구조를 개선하고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작년 7월 출시한 4세대 실손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4세대 실손은 자기부담률이 상향(급여 20%ㆍ비급여 30%)되고 의료이용량에 따른 보험료 할인·할증이 적용된다.
업계는 실손보험료 할인, 온라인 전환 시스템 구축 등 편의성 제고, 정보제공 강화 등을 통해 4세대 실손 계약 전환 활성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역시 보험사들이 4세대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도록 전환 현황을 점검하고, 그 실적을 경영실태평가(RAAS)에 반영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 보험업계, 유관기관과의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논의할 계획이다.
실무협의체 논의과제는 크게 △실손보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상품구조 개선 방안 △비급여 관리방안 마련 및 관계부처 협의 △실손청구 간소화, 본인부담상한제 개선 등 소비자 불편 해소 방안 △보험금 누수방지를 위한 보험사기 사전예방 강화 방안이다.
금융위는 “실무협의체 논의내용을 바탕으로 관계부처와 지속 협의해 나감으로써, 국민의 의료비와 보험료 부담을 낮출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