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뼈아픈 제 오판…머리 숙여 사과"
여성ㆍ노동ㆍ기후위기 정체성 강화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17일 “진보정치가 그간 천명해온 가치와 원칙에 대해 더 절실하고 분명하고 겸손하게 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심 후보는 국회 본청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세대의 진보가 심상정과 함께한 진보정치 20년을 딛고 당당히 미래로 나갈 수 있도록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심 후보는 지난 12일 밤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일정 전면 중단을 선언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닷새 만에 복귀한 그는 먼저 사과를 구하고 “제가 선거운동 일정을 중단한 것은 단순한 지지율 때문이 아니다. 선거운동을 하며 저와 정의당이 맞잡아야 할 시민의 마음이 아득히 멀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성찰했다.
위성정당 논란을 빚었던 선거제도 반성문도 썼다. 그는 “선거제도 개혁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진보정치의 가치와 원칙이 크게 흔들렸다”며 “그 뼈아픈 저의 오판에 대해 겸허하게 인정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담은 쇄신안도 발표했다. 그는 “△상황이 어렵다고 남 탓하지 않겠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은 지키고 어렵더라도 피해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 ‘해야 할 것’엔 여성과 노동, 기후위기 의제를 꼽았다. 또 정년 연장·연금 개혁 등 진보진영에서 금기시 됐던 논의들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사라진 의제들과 사라진 사람들이 곧 시대정신”이라며 “여성과 노동 그리고 녹색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최선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거대 양당 후보 중심의 TV토론에는 날을 세웠다. 심 후보는 “학교에서 키 작다고 시험장에서 내쫓는 거랑 뭐가 다르냐.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말살한 민주주의 폭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번 토론이 양당 합의대로 진행된다면 선거운동 담합이 될 것”이라며 다자토론을 촉구했다.
한편, 심 후보는 이날부터 공식 일정에 다시 돌입한다. 노동(구의역), 여성(강남역10번출구), 시민(광화문광장) 현장 키워드에 맞춰 낮은 자세로 시민들과 만난다는 취지다. 수행 인력도 최소화하고 직접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