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세 수입을 추계하는 과정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오차를 낸 정부가 향후 세수 추계 방식을 개선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앞으로 세수 추계 과정에서 외부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세수 추계를 담당하는 기재부 세제실 외에 예산실 등 기재부 내 다른 실·국도 추계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외부 기관과 전문가 참여도 늘린다. 세수 추계 근거를 공개하고 추계 과정에서 전문가 자문을 확대하는 방식 등도 거론된다. 기재부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발주한 세수 추계 개선방안 연구용역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올해 7∼8월 추계하는 내년도 세입 예산안부터 개선된 추계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 추계 방식 개편은 매년 하고 있었고, 지난해의 경우엔 세수가 평시에 비해 특이하게 많이 들어온 해"였다며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오차가 많이 났으니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고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예산을 편성했던 지난해 6월 당시에도 오차가 큰 부분에 대해 세수를 대변할 수 있는 변수를 반영하는 등 방식을 많이 바꿨는데, 추가적으로 반영할 것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처럼 세수 추계 개편에 나선 것은 지난해 전망이 크게 어긋나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세입 예산안 제출 당시 국세수입 예상치를 282조7000억 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빠른 경기 회복과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호조로 세수 호황이 이어졌고, 정부는 지난해 7월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국세수입 예상치를 본예산 대비 31조6000억 원 늘어난 314조3000억 원으로 수정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다시 2차 추경 대비 19조 원의 초과세수가 전망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달에도 세입 예산 전망치를 수정하면서 8조 원가량의 초과세수가 더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세입 규모는 총 340조 원 이상으로 늘었으며, 본예산 당시 전망치 대비 초과세수는 60조 원에 육박하게 됐다. 오차율은 2차 추경 당시와 비교하면 8%, 본예산과 대비하면 20% 이상으로 역대 최대 오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는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정확한 세수 추계가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세수를 추계했던 2020년 여름 당시에는 지난해의 경기 회복과 자산시장 호황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만큼 오차가 일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재정을 적시 적소에 투입하기 위해선 정확한 세수 추계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지난해 세수 규모를 보다 근접하게 예측했다면, 소상공인 손실보상액을 높이거나 2조 원 규모의 국채상환액도 더 늘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12일 발표한 '나라살림브리핑 209호'에서 "초과세수는 단순히 숫자 맞추기 게임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니고, 적정한 세입 규모를 가늠할 수 있어야 지출 규모를 정할 수 있다"며 "세입 규모를 예측하지 못해 합리적인 지출 규모를 정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가 위기 상황에서 마땅히 해야 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