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급락할 가능성은 제한적
대출 규제 강화에 기준금리까지 오르면서 실수요자들의 부동산 매수심리가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매수와 매도가 쌍끌이 감소해 ‘급매’ 위주로 거래되다 보니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값 상승률이 하락 전환하는 등 급격한 상승장을 지나 숨 고르기에 들어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영끌(영혼까지 끌어올려 대출)로 집을 마련한 사람들의 이자 부담 가중뿐 아니라 실수요자들의 매수심리를 위축해 당분간 부동산 시장은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연 1.00%인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11월에 이어 올해 1월까지 5개월 새 총 0.75%p 상승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실수요자들의 매수심리는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통상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뺀 값으로 결정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51%, 신용대출 금리는 연 5.16% 수준으로, 가계대출 금리는 최근 고점을 찍은 상황이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다시 인상되며 주담대는 최고 6%대, 신용대출은 이보다 높게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배경은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증가의 영향이 컸는데 이제 기준금리가 코로나19 이전 제자리로 돌아갔기 때문에 초저금리 효과는 사라지고 금리 인상에 따라 부동산 가격 하방 압력이 나타날 것”이라며 “주담대 금리가 6%까지 오르면 돈을 빌려서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러면 수요가 감소해 집값 상승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인플레이션에 의한 금리 인상인 만큼 집값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기준금리는 이제 초저금리를 벗어났을 뿐 아직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남았다. 다만 지금과 같은 기준금리 인상에도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은 이유는 대출 규제가 함께 이뤄지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총대출 규모 2억 원 이상 차주(돈 빌린 사람)의 제2금융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기준을 60%에서 50%로 축소하고, 카드론(장기카드대출)도 DSR에 반영하기로 하는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됐다. DSR은 소득 대비 갚아야 하는 원리금 비율을 뜻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미 집값이 급등한 상황이라 대출 없이 집을 살 수 있는 사람 수는 줄었는데 대출은 막혔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까지 오르니 부동산 구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하향 안정화 추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