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되어 인구구조를 강의할 때면 이때의 기억을 예외 없이 소환한다. 당시 1학년이 대략 2500명 이상, 베이비붐 세대의 끝자락인 고학년들은 아마 더 많았을 테니 어림잡아도 초등학교 한 곳의 학생이 1만5000명은 훨씬 넘었을 것이었다. 물론 1980년대 초등학교가 곳곳에 신설되면서 이러한 과밀학급 문제는 조금씩 해소되었다. 그럼에도 어느 골목이든 아이들의 노는 소리는 가득했다.
세월이 한참 흐른 2016년 3월. 아들 녀석의 중학교 입학식을 맞아 정말 오랜만에 동네 학교에 가보았다. 학교 역사를 보니 1989년 무렵 개교 당시에는 한 학년이 15학급에 700∼800명을 헤아렸다는데, 막 입학한 2003년생 아이들은 7개 학급 190명 정도로 쪼그라들어 있었다. 학교 교실의 상당수는 그 쓰임을 찾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었다. 합계출산율 1.3 내외에 약 50만 명이 태어났던 2003년생들의 학교였다. 시간이 더 지나 출산율 0.8을 기록한 2021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갈 2035년 무렵엔 서울 곳곳의 동네 학교들이 없어지거나 통폐합될 것이다.
현재 교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기 저출산의 충격은 10∼20년 뒤 대한민국의 모든 곳에 영향을 줄 것이다. 1980년 학교 복도를 가득 채웠던 아이들이 벌써 우리 나이로 50세가 되었으니, 국민이 늙어가는 고령화 현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터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2070년 대한민국의 인구는 3765만,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 46%에 중위연령이 62세에 달하게 된다. 나이 순서로 전 국민을 한 줄로 세울 때 가장 가운데 있는 사람의 나이가 62세라는 말이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이라면 우리 경제가 버텨나갈 수 있을 것이며 연금, 의료, 장기요양과 같은 복지체계가 유지될 수 있을까?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사상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한 2021년, 대한민국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으로 공인되었다. 젊은 선진국이다. 지난 12월 미국에서 귀국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재명 후보 대선캠프에 합류하면서 젊은 선도국가로서의 도약을 힘차게 외친 바 있다. 반도체, 전기차, 바이오, 정보기술(IT)플랫폼, 문화콘텐츠 분야의 세계 1등 경쟁력과 판교를 중심으로 한 벤처기업 열풍은 ‘젊은 선도국가론’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늙은 국민에 젊은 국가가 논리적으로 가능한가? 지금은 가능하다 한들, 미래에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저출산 극복은 국력을 총동원하여 풀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대선을 앞둔 새해 초, 각 진영의 대선후보들은 늙어가는 국민들에게 어떠한 미래의 모습을 보여줄지 숙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