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분. 화재 진화 현장에 투입 후 순직한 소방대원 3명과 교신이 끊기는 데 걸린 시간이다. 동료들의 애타는 수색에도 결국 이들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이 순직한 지 6개월여만에 또 다시 동료를 화마에 보내야 했던 소방관들은 침통함에 빠졌다.
6일 오전 9시 8분 소방대원 3명은 경기 평택시 청북읍의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 현장은 전날 밤 11시 46분경 최초 신고 뒤 이틀째 진화 작업이 이어지던 곳이었다.
3명의 대원은 화재 현장에서 30~50분을 버틸 수 있는 용량의 산소통을 메고 공사장 2층에 투입됐다. 그러나 22분 뒤인 9시 30분경 교신이 끊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약 3시간 뒤인 낮 12시 20분 즈음에서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대원들이 발견된 뒤에도 검은 연기가 건물 창문을 통해 끊임없이 새어 나왔다.
다른 소방대원들이 고공 살수차를 이용해 남은 불씨를 제거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교신이 끊겼던 동료들이 심정지 상태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침통한 분위기가 흘렀다.
특히 수습된 대원들이 차례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지는 모습에 동료 소방관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대원 3명은 발견 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참변은 이들이 투입된 지점의 바로 아래층에서 불길이 다시 일어나며 발생했다. 급격히 불길이 커지고 구조물 일부가 붕괴되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투입된 5명이 현장에 고립됐는데, 2명은 자력으로 탈출에 성공했지만 나머지 3명이 끝내 빠져나오지 못하고 순직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소방대원은 “위험 요소가 많은 데도 혹여나 있을 인명을 수색하기 위해 화재 현장에 들어갔을 텐데...”라며 잠시 말을 멈춘 뒤 “소방관들이 조금 더 안전한 상황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현재 건물 외부에서는 더 이상 불길이 보이지 않지만, 현장에 바람이 강해 연기가 피어오르다 잦아들기를 반복하고 있다. 건물 외벽은 모두 검게 그을렸고, 화재로 인한 매캐한 냄새가 100여m 밖까지 퍼졌다.
소방 관계자는 “건물 내부에 다량의 보온재와 산소통, LPG 가스통 등이 있어 화재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불을 모두 끄는 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소방대원들의 순직 소식에 정치권에서도 애도가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헌신적인 구조 활동을 벌이다 순직하신 세 분의 소식에 가슴이 벤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SNS를 통해 “안타깝게도 소방관 세 분께서 순직하셨다. 마음이 무너진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오후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SNS를 통해 “정말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가족을 잃은 유족과 동료를 잃은 소방공무원들에게 한없는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