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19.77대 1로 지난해(27.92대 1)와 비교해 낮아졌다. 청약시장은 무주택 실수요 위주로 재편되면서 입지나 분양가 등에 따른 온도 차가 두드러지고 있다.
세 자릿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세종(195.39대 1)과 서울(164.13대 1)은 2000년 이래 가장 높은 청약성적을 기록했다. 세종은 전국구 청약이 가능해 수요 자체가 많은 데다 국회의사당 설치, 서울~세종고속도로 개통(2024년 예정) 등 다양한 개발 호재가 높은 경쟁률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서울은 저렴한 분양가의 새 아파트를 선점하려는 청약 수요자들이 몰렸지만, 공급이 부족해 경쟁률이 크게 뛰었다.
서울의 무주택 수요가 수도권 청약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경기와 인천의 청약 열기도 뜨거웠다. 경기는 화성시 오산동 '동탄2신도시동탄역디에트르(809.08대 1)'와 과천시 갈현동 '과천지식정보타운린파밀리에(718.31대 1)'는 2021년 최고 평균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으며, 광주시 오포읍 '오포자이디오브'의 분양에는 만점(84점) 당첨자가 등장했다. 인천은 검단과 송도 등 신도시의 분양 아파트들이 인기를 견인했다.
지방에서는 2020년 말 조정대상지역 확대 및 규제 강화 여파로 비규제지역으로의 풍선효과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북, 경남, 강원 등에서 청약 경쟁이 치열했다. 강원 원주시 무실동 '호반써밋남원주역세권(89대 1)', 경남 진주시 초전동 '더샵진주피에르테(77.14대 1)', 전북 군산시 조촌동 '더샵디오션시티2차(58.77대 1)' 등이 높은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반면 공급이 누적된 지역 중심으로는 청약열기가 잦아드는 분위기다. 2019년~2020년 연평균 아파트 3만여 가구가 분양된 대구는 미분양이 적체되고 매수심리가 꺾이면서 청약시장의 움직임도 둔화했다. 경북, 전남 등도 입지별로 청약 미달 단지가 나타나면서 경쟁률이 하향 조정됐다.
올해 전국의 3.3㎡당 평균 아파트 분양가는 1305만 원으로 지난해(1398만 원)보다 소폭 낮아졌다. 서울과 경기 과천, 하남 등에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고 2020년 말 지방 소도시들까지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확대 지정되면서 분양가 상승이 제한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편 분양가상한제 심사 기준이 개정됨에 따라 지자체별로 임의 결정했던 항목에 통일된 기준이 제시되고 민간택지는 개별입지 특성을 고려해 현실성 있는 분양가를 산정할 수 있게 됐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건축비 상승도 예상돼 2022년에는 아파트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분양가가 오르면 그간 지지부진했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분양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분양가가 인상되면 아파트 공급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수요자들의 가격 부담은 커지게 된다. 특히 2022년 1월부터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고 분양하는 단지들은 잔금대출 시 차주단위 DSR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에 대출이 있는 수분양자라면 분양대금 마련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상환 부담까지 커지면서 수요자들은 이전보다 청약통장 사용에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분양시장은 서울의 ‘똘똘한 한 채’에 대한 편중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입지나 분양가격별 온도 차가 더욱 심화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