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여야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관해 제대로 된 검증이 필요하다며 후보 합동 검증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안 후보의 요구에 대선 후보들은 즉답을 피하며 사실상 거절의 뜻을 비쳤다.
안 후보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현 대선 시국에 대한 긴급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민심을 위로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제시해야 할 정치권은 그 책임을 완전히 망각하고 있다"며 "후보 개인과 가족 문제가 대선의 한복판을 차지하고, 누가 더 못났나, 누가 더 최악인가를 다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제기가 아니라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각 정당이 추천하는 인사들과 중립적인 언론단체 및 정치 관련 학회 추천 인사들로 구성된, 중립적인 ‘후보 합동 검증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이 같은 제안을 한 이유는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 등을 둘러싼 의혹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안 후보는 관련한 논란이 없는 만큼 이를 부각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이런 상태에서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코로나19 방역을 포함해서 대한민국이 당면한 숱한 문제들을 결코 헤쳐 나갈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정치권은 스스로 자각하고 성찰해서, 판을 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정당과 후보들은 상호 비방을 중단하고, 미래비전과 정책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증위에선 "후보와 그 가족들의 각종 의혹에 대한 자료를 검증하고, 후보를 초청하여 도덕성과 비위 의혹에 대한 청문회를 열 것"이라며 "의혹 검증 결과와 청문회에 대한 평가와 판단은 언론과 국민에게 맡기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후보들은 이렇다 할 의견을 내놓지 않고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오전 윤봉길 의사 서거 89주기 추도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의 제안에 관해 즉답을 피하며 "자식이 죄인이니깐 필요한 검증은 충분히 하시고 문제가 있는 점에 대해 상응하는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윤 후보도 같은 행사가 끝난 후 기자들을 향해 "선거 과정이 후보들의 국민 검증 과정이고 저 역시도 공직생활을 하면서 권력과 싸우며 계속 검증을 받아오지 않았나"라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이날 새로운물결 창당대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그런 제안에 앞서서 거대 양당 후보들이 법 앞에 떳떳하고 자기들이 그동안 본인이나 가족들이 잘못하거나 실수한 게 있다면 남들한테 기대했던 잣대와 똑같은 잣대로 자기들 먼저 스스로 명명백백하게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