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담은 종목은 배터리였다. 글로벌 공급난에도 내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이 기간 가장 많이 판 종목은 반도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를 9조1620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달부터는 순매수 기조로 돌아서면서 3조 원 가까이 사들이고 있지만, 7~8월 11조 원 이상을 팔아치운 탓이다.
이 같은 ‘팔자’ 행진 속에서도 외국인의 배터리 사랑이 눈에 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SDI를 1조6370억 원어치 사들이며 순매수 상위 종목 1위에 올려놨다. 월별 순매수액을 보면 △7월 2586억 원 △8월 7619억 원 △9월 403억 원 △10월 1696억 원 △11월 3953억 원 △12월 101억 원으로, 꾸준히 ‘사자’ 기조를 이어갔다. 외국인이 삼성SDI를 가장 많이 담았던 8월에는 주가가 한 달간 7.01% 넘게 뛰면서 한때 80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문제가 점차 해소될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글로벌 전기차(EV)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져 외국인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에 탑재되는 원형전지 비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테슬라를 시작으로 리비안, 루시드모터스 등이 EV용 원형전지를 채택 중인데, 향후 BMW와 현대차 등 기존 OEM(주문자 상표 부착생산)들도 전기차에 원형전지를 채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도 각각 5471억 원, 430억 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외국인은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삼성전자를 2조6849억 원어치 담으면서 코스피 순매수세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불거진 8월 6조5000억 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또 다른 반도체 대형주 SK하이닉스도 3761억 원어치 팔아치웠다. SK하이닉스 역시 외국인의 ‘셀(Sell) 반도체’가 정점에 달했던 8월 1조54426억 원어치를 순매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모건스탠리, CLSA 등에서 D램 가격 하락을 전망하면서 마이크론, AMD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주가가 급락했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형 반도체 업종도 동반 하락을 겪은 바 있다.
다만 증권가는 내년 상반기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1분기 이후 반도체가 실적 개선을 주도할 것”이라며 “메모리 가격은 2분기 중 반등을 예상한다”고 했다. 이어 “메모리 턴어라운드(실적 개선)가 기대되는 내년 상반기 글로벌 반도체 주도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