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이 여야 후보들의 가족 리스크로 얼룩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배우자 김건희 씨를 둘러싼 끊이지 않는 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악재를 수습하지 못하는가 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아들의 불법 도박 논란이 불거져 또 다른 가족 리스크로 떠올랐다. 이를 두고 양 후보가 대응 방식에 제각기 다른 양상을 보여 향후 여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배우자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논란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사과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김 씨를 둘러싼 논란에 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얘기했다. 윤 후보는 일각에서 제기된 공식 사과 요구와 관련해선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식 사과가 따로 있고 그런 게 아니다”며 다소 간접적인 사과 방식을 취해 앞으로 사실 확인에 대한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의 경우, 이날 조선일보의 보도가 나온 지 약 4시간 만에 전면적인 인정과 사과문을 내 비교적 재빠른 대응에 나섰다. 다만, 보도된 게시글 중에도 20대 사회 초년생인 이 후보의 아들이 ‘인턴을 때려치우겠다’고 하는가 하면 스스로 ‘도박꾼’으로 칭하는 등 내년 대선의 스윙보터(부동층 유권자)로 꼽히는 청년층의 민심에 악영향을 끼칠만한 소재가 포함돼 공식 사과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그 여파가 주목된다. 반면 윤 후보 역시 총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표창장 위조, 입시 비리 의혹을 수사했던 만큼 ‘내로남불’ 논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사회지도층, 재벌가의 추문으로 인해 국민은 가족 리스크에 익숙할 수 있다. 문제는 사건의 발생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여론의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조국 사태’를 돌이켜보면 조국 전 장관 부부가 자녀 의혹에 ‘이게 무슨 문제냐’고 대응하다가 2030 세대의 분노를 샀다. 지금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윤석열 후보는 ‘찜찜한 사과’를 했고, 이재명 후보는 너무 빨리 사과해 진정성이 안 보인다”고 의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