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성 감지해도 금융당국 뒷짐만…피해는 소비자 몫
대규모 금융사고가 반복되면서 현 금융감독체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금융산업이 고도화하면서 금융회사의 혁신과 소비자 보호 사이의 균형이 더욱 중요해졌지만, 대형 금융사고가 재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금융산업 육성정책과 감독 중 한 쪽으로 기울어진 금융감독기구의 추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산업의 진흥을 위한 정책 기능과 함께 감독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정책 기능이 감독 기능을 압도하고 있어 이 같은 부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기구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마다 내부통제 방안 마련 등 ‘소프트웨어’적인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만, 감독 기능의 회복이 어려운 만큼 감독 체계의 ‘하드웨어’ 자체를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003년 카드사태부터 2011년 저축은행 부실, 2019년 사모펀드 사태까지 금융사고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과거 금융사고는 대체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이후 나타나는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당국이 카드나 저축은행, 사모펀드 등의 활성화를 통해 경기부양을 꾀하지만, 이 과정에서 위험이 증폭돼 금융회사에 부실로 이어질 경우 감독기구가 이를 제한하는 대신 정부정책에 부응하도록 금융회사를 종용하는 등의 감독 권한을 남용해 결국 이 피해를 금융소비자, 곧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는 식이다.
금융사고의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현 금융감독 체계가 꼽힌다. 현재 금융감독 구조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정립된 형태다. 과거 재정경제부(재경부)의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를 통합해 금융위를 설립하고, 금융위는 금융산업 정책업무와 감독 정책업무를 함께 수행하고 금융감독원이 검사·제재 등 감독 집행 기능을 맡는 구조다.
금융위는 금융산업 육성과 견제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하지만, 정부기관인 금융위로선 정부가 추진하는 경기부양책이나 금융 산업 활성화에 위험성이 있어도 경고의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감독 정책이 금융시스템 안정성 확보라는 본연의 책무를 못하고 경제정책과 경기대책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김경신 국회입법조사처 팀장은 “금융정책을 책임지는 금융위원회가 감독정책을 동시에 관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감독집행기구인 금감원에 대해 예산이나 업무수행상으로 지도·감독하고 있어 금융감독이 금융정책을 견제할 수 없을 뿐만아니라, 하위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정부가 동일한 기관에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주도함으로써 관치금융이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의 감독 기능이 완전히 회복하기 어렵다면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독당국의 실패는 곧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의 부담으로 귀착되는 만큼 이들의 개혁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1997년 외환위기 당시뿐만 아니라 최근까지도 감독 정책과 집행의 일원화를 통한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할 것을 반복적으로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