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는 조금씩 재미를 느끼고 있지만, 필드에 나갈 때마다 당혹스러운 부분이 있다. 바로 골프복이다. 골프가 격한 운동은 아니지만, 분명 운동은 운동이다. 그러나 대부분 여성 골프복은 운동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손바닥만 한 치마에 타이트한 상의들이 대부분이다.
처음 골프복을 사러 갔을 때 느꼈던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매장 직원은 친절하게 “자세가 중요한 골프라는 운동의 특성상 몸에 밀착되는 옷이 좋다. 이 때문에 옷의 디자인이 슬림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해 줬지만, 넉넉한 품의 남성 골프복을 보고 있자니 납득하기 쉽지 않았다.
2030 젊은 세대가 골프 인구로 유입되면서 골프복이 더 작아지고, 짧아지고 있다고 한다. 과거 55 사이즈 티셔츠의 가슴둘레는 88㎝였지만, 요즘엔 84㎝까지 줄었다고 한다. 치마 길이도 37㎝까지 짧아졌고, 이보다 더 짧은 것도 있다고 하니 아슬아슬하다.
작아지고 짧아진 의상에 대해 말한다고 해서 단순히 ‘노출’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자기표현이 중요해진 요즘 ‘노출’로 자기 개성을 나타낸다는 게 문제가 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을 성적 대상화하는 이들이 문제일 뿐.
다만 운동을 하기 위해 입어야 하는 옷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운동복과 남성의 운동복이 차이점을 보이는 이유가 궁금한 것이다.
왜 그런 것일까. 남성 골프복이 옷의 역할과 기능에 중심을 두고 만들어진다면 여성 골프복은 보이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성 골프복은 모양에 더 신경을 쓸 뿐 운동복의 기능이나 입는 사람의 편의성 등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쉬운 것이다.
확대 해석하는 거라고? 여성 골프복이 운동복으로서 기능보다 보이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는 것은 실제 골프복 브랜드들의 최근 디자인 경향만 봐도 알 수 있다.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올해 론칭했다는 A사의 골프웨어 브랜드는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며 스윙과 퍼팅 등의 동작을 할 때 보디 라인이 돋보일 수 있는 패턴 절개법을 개발했다고 내세웠다.
골프 자세를 잡는 데 보디 라인이 예뻐 보여야 할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브랜드는 “어드레스를 하기 위해 엉덩이를 뒤로 빼는 자세를 잡을 때 엉덩이 부분이 볼록하고 업 돼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시즌 콘셉트를 ‘예뻐야 골프다’라고 잡은 B브랜드도 있다.
운동복을 만드는 데 기능보다 디자인을 강조하다니,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남에게 보이는 것’을 여성복의 기본값으로 내버려 둬선 안 된다”는 한 의류업체 CEO의 말이 유독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