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도 힘든 데…조류인플루엔자 확산에 전 세계 식품물가 ‘비상’

입력 2021-12-1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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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개국서 AI 확인
유럽, 4년래 최악인 작년 겨울 능가 조짐
폴란드, 11월 초부터 100만 마리 이상 조류 살처분
세계육류가격지수 올해 이미 16% 올라

▲2020년 11월 8일 방호복을 입은 일본 공무원들이 조류인플루엔자를 검사하기 위해 히가시카가와에 있는 양계장으로 향하고 있다. 히가시카가와/로이터연합뉴스
▲2020년 11월 8일 방호복을 입은 일본 공무원들이 조류인플루엔자를 검사하기 위해 히가시카가와에 있는 양계장으로 향하고 있다. 히가시카가와/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에 전 세계가 허덕이는 가운데 조류인플루엔자(AI)가 새로운 위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가뜩이나 올해 가파르게 오른 글로벌 ‘밥상물가’ 상승세가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세계동물보건기구(OIE)의 집계를 이용해 올해 5월 이후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AI가 확인된 국가가 41개국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가뜩이나 사상 최고 수준에 있는 식품물가를 더 올릴 위험이 있으며 인플레이션에 따른 가계의 고통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경고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서 유럽에서 고병원성의 AI 확산으로 350만 마리 이상의 조류가 도살됐다. 이는 2016년 이후 AI에 의한 가장 큰 피해 규모다. 올해는 예년보다 더 일찍 AI가 퍼지고 있어 4년 만에 최악이었던 작년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는 불안이 팽배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영국 정부는 AI에 감염되지 않도록 실내에서 가금류를 사육하도록 농가에 주문했다. 유럽 최대 닭 생산국인 폴란드는 이미 11월 초부터 100만 마리 이상의 조류를 살처분했다. 덴마크 칠면조와 독일산 거위도 피해를 봤다. 프랑스는 올해 초 오리 농장에서 대규모 AI 발병으로 타격을 받았는데 최근 산란계 농장에서 다시 감염이 확인돼 비상이 걸렸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도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에 피해가 커지고 있다. OIE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우리나라 충청북도의 한 메추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 발생이 보고돼 농장에서 사육 중인 메추리 77만 마리가 전부 살처분됐다. 일본도 지난달 아키타현의 한 양계 농장에서 올 동절기 첫 AI 사례가 보고돼 해당 농장에 있던 닭 14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됐다. 심지어 중국은 인체 감염 사례까지 보고됐는데 올 들어 지난달까지 H5N6형 AI가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가 지난해 전체보다 많은 21건에 달했다.

아직 감염된 조류는 세계 전체 가금류 생산량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러나 농민들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 장기적으로 생산을 억제하고 식품 품질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상승 압박을 받는 밥상물가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세계육류가격지수는 올해 이미 16% 올라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FAO는 “아직 가금류 생산이 전 세계 수요를 대체로 충족할 수 있다”며 “그러나 물류망에서 차질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의 AI 확산으로 공급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난-더크 멀더 라보뱅크 연구원은 “AI 확산으로 가금류 가격이 더욱 비싸질 수 있다”며 “이미 유럽 닭 생산은 노동력 부족과 사료 가격 상승, 높아진 에너지 비용 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은 공급이 빠듯하고, 물가도 비싸다”며 “현재 AI가 유럽 전역에서 매우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생산 위축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특히 AI는 일반적으로 매년 10월부터 그다음 해 4월까지 확산이 최고조에 이르기 때문에 농가들은 앞으로 더 심각한 상황이 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OIE는 “올해 확산은 AI가 야생조류와 농장 등에서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유전적 다양성이 전례 없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에서 계속 변이가 나타나 감염을 확산시키듯 AI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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