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리케이션(앱) 하나만 켜면 A부터 Z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쏘카와 야놀자,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IT 기업들이 잇따라 ‘슈퍼앱’을 표방하며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어서다. 다만 슈퍼앱 전환의 가속화로 앱 서비스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면 기존 골목상권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12일 IT업계에 따르면 플랫폼 IT 기업들은 최근 슈퍼앱 전환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슈퍼앱은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앱이다. 숙박 전문 앱에서 교통, 레저, 식당 등 다양한 서비스를 예약할 수 있거나, 택시 호출 앱에서 렌터카나 열차, 항공 관련 예약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앞서 승차 공유 플랫폼을 운영하는 쏘카는 지난 9일 슈퍼앱으로 확장을 예고했다. 내년부터 쏘카 앱에서 자동차를 빌리는 것뿐만 아니라 전기자전거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와 기차, 항공 등 교통수단을 예약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숙박까지 더해 전체 이동 경험을 아우르는 앱을 만들 계획이다.
쏘카는 온라인 주차 플랫폼 ‘모두의주차장’을 인수하면서 슈퍼앱 도약을 위한 발걸음을 뗐다. 쏘카 앱에 이동 주차 예약, 주차정보 활용 등 관련 서비스를 탑재할 예정이다.
슈퍼앱은 필요한 서비스를 앱을 옮겨다니지 않고 한 앱에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선 이용이 훨씬 편리해진다. 기업으로서는 소비자 체류 시간을 높일 수 있는 데다 사업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한 가지 사업만으로는 성장을 이어갈 수 없는 만큼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실제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기업들은 플랫폼을 슈퍼앱으로 전환한 상태다. 야놀자는 올해 7월 여가 슈퍼앱으로 입지를 강화한다며 모바일 앱을 개편했다. 기존 서비스인 숙소를 넘어서 열차, 고속버스 등 교통·항공, 즐길거리(레저), 해외여행 등 다양한 여행 관련 서비스까지 분야를 확장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와 제휴하며 콘텐츠 분야까지 서비스 범주를 넓혔다.
배달 앱으로 시작한 배달의민족은 B마트로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시작하며 유통으로 영역을 넓혔다. 또 ‘쇼핑라이브’를 통해 라이브커머스 서비스를 펼치며 커머스 시장도 공략한다. 배달로봇을 개발하며 ‘푸드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겠단 구상도 있다.
IT 공룡인 포털 플랫폼은 일찌감치 슈퍼앱으로 전환했다. 네이버는 검색 서비스와 연계해 쇼핑이 가능하도록 하고, 네이버페이 등으로 결제할 수 있게 했다. 지도에 장소를 찍으면 예약 시스템까지 이어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예약한 뒤 그 현황을 인증서 서비스를 통해 인증할 수 있다.
카카오는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을 기반삼아 슈퍼앱으로 확장했다. 카카오톡을 통해 대화를 나누다 ‘선물하기’ 서비스를 통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송금 서비스를 통해 돈을 보내고 받거나, 받은 돈을 투자할 수도 있다. 구독 서비스를 신청할 수도 있다. 카카오톡 ‘지갑’을 통해 자격증과 증명서, 신분증 등 다양한 인증도 가능하다.
하지만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상생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점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유니콘 기업이나 대형 포털 등 거대한 규모의 사업자가 새로운 사업 영역에 진출한다면 기존 영세 사업자들로서는 지위를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불거진 카카오의 ‘골목상권 위협’ 논란이 이와 관련된다. 변호사 홍보 플랫폼 ‘로톡’과 변호사 이익단체간 분쟁이 일어나는 등 전통사업과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심우민 경인교대 교수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사회갈등의 현황과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시장에서는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와 막대한 전환비용, 규모의 경제, 데이터 등 특징으로 인해 승자독식적인 구조가 형성돼 주요 온라인 플랫폼이 지속적이고 강력한 시장지배력과 독점력을 발휘하게 된다”며 “주요한 온라인 플랫폼은 주변 비즈니스를 인수합병·통합해 플랫폼을 이용해 소비자와 시장에 접근하는 기업의 직접적인 경쟁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이런 모순과 상충은 전통적인 사회갈등과 같이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조율을 통해서만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의미 있는 갈등관리를 위해서는 공적 수준의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