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일 울산 울주로 내려가 사실상 당무를 중단하고 전국을 순회 중인 이준석 대표와 전격 만찬 회동했다.
이 대표가 지난달 29일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페이스북 글을 끝으로 여의도를 떠나 부산, 순천, 여수, 제주, 울산 등지를 돌아다니며 윤 후보의 '패싱'을 성토한 지 나흘 만이다.
이날 저녁 7시 25분 울산 울주의 한 식당에서 시작된 만찬은 윤 후보와 이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가 참석해 3자 회동 형식으로 진행됐다.
본격적인 만찬에 앞서 5분가량 언론에 공개된 사전 환담에서는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 '뼈있는 말'이 오갔다.
여의도 당사에서 5시간 가까이 달려 10분가량 늦게 도착한 윤 후보가 "아이고 잘 쉬셨어요"라며 악수를 청하자 이 대표는 "잘 쉬긴 고생했지"라고 응수했다.
윤 후보가 앞서 이 대표의 잠행을 '리프레시(재충전)하러 간 것'이라고 말한 인식을 거듭 드러낸 데 대해 이 대표가 불편한 심기를 언뜻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분위기를 풀려는 시도도 있었다.
윤 후보는 먼저 "식사나 이런 건 괜찮으셨고?"라며 "우리 대표님이 지방에 가시려고 하면 수행도 좀 옆에 붙이고 해야지 이렇게 그냥 가방 하나 들고 돌아다니시게 해서 되겠나 이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먹는 건 잘 먹었습니다"라며 "(수행을) 여섯 명 달고 다녔다"고 대답해 잠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어 이 대표의 순천 방문 얘기가 식탁 위에 올랐다.
이 대표는 "순천에서 얼마 전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봤던 분들을 만났다. 여수ㆍ순천 사건 유족회 분들도 뵙고 잘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에 윤 후보는 "경주 황남동처럼 순천에도 그런 데가 있다고 해서 전남 쪽 갈 때 순천에 꼭 한번 가봐야지 했다"며 "다음번에 같이 가시죠"라고 즉석 제안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순천 출장에 제가 아픈 추억이 있다"고 해 다시 찬바람이 불었다.
윤 후보가 올해 7월 30일 이 대표의 순천 방문 도중 갑작스럽게 국민의힘에 입당해 패싱 논란을 일으킨 일을 상기시킨 것으로 해석됐다.
이후 만찬은 지역 특산 언양 불고기에 맥주를 곁들여 비공개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