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등 제조업과 서비스업 생산이 줄면서 9월 산업 생산이 전월보다 1.9% 감소했다. 1년 반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다만 10월에 이틀의 대체공휴일이 있었던 것과 9월 생산이 높았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가 영향을 미친 만큼 경기를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통계청은 30일 발표한 '2021년 10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지난달 전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가 계절조정지수 기준 110.8(2015년=100)로, 전월 대비 1.9%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2.0%)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전산업생산은 지난 9월 1.3% 늘면서 석 달 만에 반등했지만 이번 달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구체적으로는 광공업(-3.0%), 공공행정(-8.9%), 서비스업(-0.3%) 등에서 생산이 줄었다. 특히, 광공업 생산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이 3.1% 줄면서 7월 이후 4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제조업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 등에 따른 생산 감소로 인해 자동차(-5.1%) 생산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자동차 등 전방산업 부진 및 주요 사업체 설비 보수의 영향으로 1차 금속(-5.9%)도 생산이 줄었다.
제조업의 재고/출하 비율(재고율)은 121.0%로 전월 대비 7.5%포인트(P) 상승했다. 제조업 재고는 화학제품(-3.8%), 금속가공(-6.2%) 등에서 줄었지만, 반도체(31.6%), 통신·방송장비(19.2%) 등에서 늘어 3.5% 증가하면서 4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재고율 상승에 대해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 재고가 많이 늘어난 데에 기인한다"며 "최근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한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 업황이 이전만큼 좋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숙박·음식점(4.5%) 등에서 생산이 늘었으나, 금융·보험(-2.1%), 전문·과학·기술(-2.5%) 등에서 생산이 줄어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금융·보험은 금융상품 거래 감소와 주가 하락 등으로 금융지원서비스업 등이 줄었고, 전문·과학·기술은 법무 관련 서비스업, 연구개발업, 건축기술·엔지니어링 및 관련 기술 서비스업 등이 감소한 영향이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의 경우, 화장품 등 비내구재(-2.1%) 판매가 줄었지만 의복 등 준내구재(2.8%), 가전제품 등 내구재(2.2%) 판매가 늘면서 0.2% 증가했다. 다만 전월(2.4%)보다는 오름폭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외활동 증가로 아웃도어, 겨울의류 등 판매가 증가하면서 의복 판매가 늘었고, 이사철 가전 수요, 난방 가전 등 판매가 증가하면서 가전제품 판매가 늘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는 121.5(2015년=100)로 0.2% 증가하면서 오름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5.4% 감소하며 3개월 연속으로 쪼그라들었다. 특수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4.4%)와 선박 등 운송장비(-8.7%) 투자가 모두 줄어든 영향이 컸다. 건설기성은 토목(6.8%) 공사 실적이 늘었지만, 건축(-3.9%) 공사 실적이 줄어 1.3% 감소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과 같은 101.0으로 0.2P 하락했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보다 0.5P 줄어든 101.6으로 집계됐으며, 4개월 연속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어 심의관은 "생산과 투자 등 소비를 제외한 주요 지표가 전월보다 약화하면서 최근의 경기 회복 흐름이 멈칫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국내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고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하방 요인도 없지 않기 때문에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다만 "10월 부진에는 대체공휴일 지정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와 9월 생산이 높았던 데 대한 기저 영향이 컸다는 점을 참작하며 봐야 한다"며 "10월 숫자만으로 경기 흐름을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