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경제·산업구조의 대전환 시대에 세계 최하위 수준의 대립적 노사관계를 변화시키지 못하면 노사 모두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9일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고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금 세계는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과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상황을 경험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신산업이 발생하고 경제·사회구조도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라며 “기존 투쟁적인 노동운동에 대해 공감하기 어렵다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변화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노사 모두가 국민 앞에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중심의 새로운 노동조합들은 조건 없는 분배보다는 공정을, 투쟁보다는 소통을 중시하는 새로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노사 당사자의 적극적인 역할도 당부했다. 손 회장은 “경영계는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투명윤리경영, 사회공헌 등을 실천하고, 협력적 노사관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 나가겠다”라며 “노동계도 투쟁적 노동운동을 중단하고 협력적 노사관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대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등도 축사를 통해 협력적 노사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최근 우리 노동시장 내 산업, 고용형태, 세대 등의 급속한 전환은 ‘협력과 상생의 노사관계’가 기본 토대가 될 때, 비로소 노사 모두에게 위기를 넘어 기회가 될 수 있다”라며 “무엇보다 중앙과 현장에서 끊임없는 대화의 자리를 만들고, 양보와 타협의 경험을 쌓아나감으로써 ‘신뢰’의 자산을 축적할 수 있도록 노사정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오늘날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기존 적대적·갈등적 노사관계를 떨쳐버리고 협력적·공생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일은 더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이정 한국외대 교수는 전후 경제 재건 과정에서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은 일본의 노사관계 안정화에 대해 논했다. 이 교수는 극심한 노사갈등을 극복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이데올로기보다 근로조건을 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의 노동운동 변화 △기업 내 민주화 진행 △노사관계가 '사회적 존재'라는 인식 공유를 꼽았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김동원 고려대 교수는 국내 기업 노사관계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대 조직이 가진 다양한 가치와 정체성을 포괄하는 확장된 다원주의로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아무리 협력적 노사관계라 할지라도 경제와 기술환경에 도태되어 제품 경쟁력을 잃고 사회적 존경을 받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라고 언급하고 “노사관계가 글로벌, 디지털과 사회적 가치를 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영기 전 LG전자 부사장은 협력적 노사관계를 위해서 “경영자가 진정성을 가지고 끊임없이 대화하고, 법과 원칙을 준수하며, 미래지향적으로 노동법제를 바꿔야 한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