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점대 초고점 청약통장 등장
부산·광주 1순위 마감 잇따라
"대출 규제에 입주물량도 부족
내년 청약당첨 더 어려워질 것"
아파트 청약 열기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수도권은 물론 부산과 광주 등 지방 광역시에서도 1순위 청약 마감 행진이 잇따른다. 경기 외곽지역과 인천에선 4인 가족 기준 청약가점 만점인 69점 이상 통장이 등장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청약 열기가 거세다. 전국적인 집값 급등으로 기존 주택 매수가 어려운 데다 대출 규제까지 겹쳐 당분간 청약 열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2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4일 경기 파주시 동패동에서 분양한 ‘GTX운정 금감펜테리움 센트럴파크’ 전용면적 84㎡형은 기타경기지역 기준 최고 27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76가구 모집에 6374명이 청약 통장을 던졌다.
지방 광역시에서도 청약 열풍이 거셌다. 23일 부산 남구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대연 센트럴’ 전용 74㎡B형은 경쟁률이 210대 1에 달했다. 36가구 모집에 7562명이 몰렸다. 같은 날 광주 북구에서 분양한 '센트럴운암 모아엘가 트레뷰'도 모든 평형이 1순위 마감됐다.
경기 안산시 상록구에서 15일 분양한 ‘반월역 두산위브 더 센트럴’에는 최고 가점 71점짜리 통장이 등장했다. 지난달 25일 안산시 단원구에서 청약을 받은 ‘안산 한신더휴’ 전용 59㎡A형에서도 가점 71점짜리 청약 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용 84㎡형은 만점(83점)에 가까운 79점 통장이 사용됐다. 최저 가점도 59점으로 높았으며 평균 당첨 가점은 63점 이상을 기록했다.
경기 외곽과 함께 인천에서도 치열한 청약 경쟁이 펼쳐졌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15일 분양한 ‘학익 SK뷰’ 아파트와 연수구에서 접수를 진행한 ‘송도자이 더 스타’는 각각 전용 84㎡형 기준 최고 가점이 75점과 74점에 달했다.
가점 70점 이상은 4인 가구는 받을 수조차 없는 초고점이다. 4인 가족이 무주택기간과 주택청약통장 납입 기간을 모두 15년 이상 채우면 69점이 된다. 70점은 5인 가구 이상만 채울 수 있는 점수인 셈이다. 올해 6월 서울 서초구에서 분양한 ‘르엘신반포’ 아파트 전용 84㎡형 최고 가점이 69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경기 외곽과 인천 등 수도권 청약 열풍이 얼마나 거센지 알 수 있다.
이렇듯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이 청약 열기로 들끓는 이유는 규제와 입주물량 부족 때문이다. 당장 내년부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중도금 대출과 잔금 대출이 어려워진다. 여기에 주택 매수를 위한 주택담보대출 창구도 좁아지면서 연말 청약 시장으로 주택 실수요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가계대출 규제에서 신규 분양 아파트에 적용되는 중도금 대출을 배제했다. 잔금 대출 역시 내년 1월 전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단지에 한해 DSR 계산에서 제외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출 규제 영향으로 주택 매수가 어려워진 만큼 무주택 실수요자는 3기 신도시나 지방 아파트 등 청약시장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가 이어지면서 주택 실수요자들이 청약 시장으로 내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은 최근 3년 내 최저 수준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 예상치는 18만3000가구로 지난해(19만4000가구)보다 1만1000가구 줄었다. 서울은 지난해(5만7000가구)보다 1만6000가구 줄어든 4만1000가구 규모만 입주할 예정이어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부족은 계속될 전망이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시장에 새집을 원하는 수요는 계속 쌓이지만 입주물량 부족과 서울 내 새 아파트 공급 부족이 청약 시장 과열에 연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