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매매+전세+월세)가 최근 3개월간 1만8000건 이상 급증했다. 공급이 늘었거나 집을 팔려는 사람이 갑자기 많아졌다기 보다 매수심리가 쪼그라든 영향이 크다. 아파트값 상승세가 장기화하고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매수심리는 위축됐고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 매물 또한 쌓이는 모습이다. 다만 매매 물량은 제한적으로 증가한 것과 달리 전세와 월세 물량의 증가 폭이 두드러진다. 종합부동산세 등의 영향으로 세금 부담을 월세로 충당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매매+전세+월세)는 28일 현재 9만5372건이다. 9월 1일만 해도 7만6566건이었으나 석 달 새 24.6%(1만8806건) 늘었다.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 증가는 매매보다 전세와 월세가 이끌었다. 매매 물량은 이 기간 13.7%(5419건)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전세 물량은 40.8%(9002건), 월세는 29.2%(4385건) 증가했다.
물량이 쌓이면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둔화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11월 넷째 주(22일 기준) 0.11%로 전주(0.13%)보다 0.02%p 상승 폭이 축소했다. 매매수급지수(매수심리) 역시 최근 2주간(99.6, 98.6) 기준선(100) 이하로 떨어져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집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많아진 모습이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H공인 관계자는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오르던 때랑 지금의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다"며 "대출 규제의 영향도 있고, 집값이 조정된다는 분위기라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매수가 정체되며 물량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매도자들이 매매보다 전세나 월세로 집을 내놓는 이유는 양도세 인하 등 정책에 따라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겠다는 심리가 작용해 당장 매매에 나서지 않으려 하는 것과 종부세 등 세금을 충당하려는 의도가 깔린 영향 때문으로 분석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지금 매물이 쌓이는 건 매수자, 매도자 누구에게도 유리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매도자는 양도세 인하 등 정책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심리라 적극적으로 물건을 매매하지 않는 상황이고, 종부세 등 보유세가 늘어난 상황이라 전세값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돌려 세금으로 활용하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