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단기 성과를 좇는 ‘빨리빨리’식 경제발전 구조가 견고한 탓에 ESG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단기 성과나 속도에 집착하는 한국의 경제발전 구조가 ‘ESG 워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도 ESG 경영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 부재한 채 이미지 제고, 홍보 효과를 위한 투자에 그친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한 제조업체가 제품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저감하기 위해 R&D(연구개발)와 투자에 나서는 게 ESG 경영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비용이 늘어날 수 있어 쉽지 않다”며 “ESG 경영은 단기적으로는 자칫 기업 비용이 늘어나 손해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기업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ESG 경영을 이어가기 위해선 투자자들의 관심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류 대표는 “지금은 투자자들이 먼저 ‘워싱’을 하고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ESG 투자를 하면서 분기 성과, 반기 성과, 1년 성과 등을 따지면 ESG 투자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ESG 투자를 바라보지 않고 단기적인 이윤이나 수익성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최소 5년이라는 시간을 갖고 투자를 해야 한다. 투자한 기업의 ESG 성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해 가며 투자자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유가증권 상장사와 대형 금융사 874사 중 110사에 ESG 위원회가 설치됐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위원회는 68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ESG 위원회에서 ESG 경영 체계를 수립하고, 관련 이행사항을 점검하는 등의 내역은 전체 안건의 25%에 불과했다.
조 교수는 “ESG 위원회의 전략과 실행 측면에서 매우 미흡하다고 본다”며 “투자자, 금융기관, 정부 등 ESG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핵심 플레이어가 상호작용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기관투자자들은 기업들이 ESG 성과를 내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고, 정부는 정부대로 ESG 성과를 판별하는 기준 등을 마련해야 한다”며 “결국 ESG 성과를 내는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도 자신의 각성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 역시 투자자들의 변화를 촉구했다.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투자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기업에 보내면서 ESG 투자를 주도해야 한다는 거다.
조 교수는 “외국의 주요 기관투자자에 비해 활동이 미흡하다. ESG는 투자자로부터 시작된 것이고, 결국 투자자가 ‘장기적인 수익성 관점에서 볼 때 ESG를 해야겠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투자가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