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횡보를 거듭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한국 주식시장을 떠받쳐 왔던 개미(개인투자자)들도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코스피 약세장이 길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다가, 연말 대주주 산정 시점을 앞두고 주식 양도소득세 회피 물량이 겹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글로벌 공급 병목,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 등 악재들이 겹치면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회복세에 접어든 미 증시와 달리 코스피는 여전히 옆걸음 중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 3000선을 넘긴 것은 2일 하루뿐이었다.
특히 이달 들어선 개인의 ‘팔자’가 두드러졌다. 개인은 이달 초부터 전날까지 1조3500억 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연초부터 지난달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74조636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꾸준한 순매수 기조를 이어갔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140억 원, 3조6540억 원 팔아치웠던 6월에는 개인이 약 4조8760억 원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6월 말 코스피는 사상 최초로 종가 기준 33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개인 순매도 상위 종목 가운데 SK하이닉스(7145억 원), 크래프톤(4990억 원), 카카오(3748억 원), 삼성전자(3608억 원) 등 코스피 대장주들의 약세가 눈에 띈다.
개인들의 매도세가 거세지만 오히려 이들 종목의 수익률은 양호한 편이다. 개인이 던진 매물을 외국인과 기관이 받아내면서다. SK하이닉스 주가는 한 달간 3.29% 올랐고, 크래프톤은 14.32% 급등했다. 크래프톤은 17일 장중 58만 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삼성전자(-0.71%), 카카오(-0.80%) 등은 하락세를 보였지만 낙폭이 크지 않았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를 5472억 원 순매수했다. 순매수 상위 종목 중 1위 규모다. 크래프톤, 카카오 역시 각각 2905억 원, 2592억 원 사들였다. 기관도 삼성전자(4214억 원), 크래프톤(2270억 원), SK하이닉스(1894억 원) 등을 담았다.
다만 개인들의 매도세가 확대되는 배경에는 코스피의 부진뿐만 아니라 연말이 다가오면서 대주주 양도소득세 회피 물량이 커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통 대주주 산정 시점이 가까워지는 12월 말에 개인 매물이 출회됐지만, 코로나19 이후 개인 투자가 크게 늘어난 지난해부터는 11월 순매도, 12월 순매수 흐름이 나타났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양도세 회피 물량 출회는) 일시적으로는 코스피 수급에 부정적인 요인이지만 다시 재유입될 수 있는 자금이며, 중장기적인 개인 자금 이탈과는 다른 성격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개인 매도세와 미국 금리 인상, 내년 코스피 이익 둔화 등 여전히 코스피 상승을 저지하는 요인들이 남아 있는 점은 부담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도 코스피 예상 밴드를 2900~3480p로 제시하면서, “내년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는 8월 189조 원을 정점으로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적인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에 대한 우려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