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생산비·물가와 연동해 원유 가격이 결정되는 '원유가격연동제' 폐지를 추진한다. 수요는 없는 상황에서 원유 가격은 계속 인상돼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정부는 원유 가격 결정체계 개편 방안으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고, 거래방식도 중장기적으로 생산자와 유업체가 직거래하도록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농식품부는 김인중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 주재로 '낙농산업발전위원회' 제3차 회의를 열고 원유가격·거래체계 및 낙농진흥회 의사결정체계 개편방안을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는 최희종 낙농진흥회장, 김천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이사장, 윤성식 연세대 교수,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 등 위원 18명이 참석했다.
우선 농식품부는 원유 가격을 결정에 현행 '원유가격연동제'와 '쿼터제' 대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란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하고 음용유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는 낮추는 방식이다.
원유 쿼터제는 농가가 생산한 원유를 유업체가 전량 사들여 생산량을 제한하고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하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지금은 수요량이 쿼터에 미치지 못해도 원윳값을 높이는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유제품 소비는 46.7% 증가해 수입량은 272.2% 늘었지만 국내 원유 생산은 오히려 10.7%가 감소해 자급률은 27.2%포인트 감소했다.
박범수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현행 원유 쿼터제와 생산비 연동제로 인해 원유가격이 수급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높게 결정돼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유업체가 구매 의향이 있는 음용유 186만8000톤을 현재 가격 수준인 ℓ당 1100원, 가공유 30만7000톤은 ℓ당 900원 수준에서 사면 낙농가의 소득이 현재보다 1.1% 증가하며 자급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자(MMB)와 유업체가 직거래하되 유업체가 원유 구매계획을 사전 신고하고, 낙농진흥회가 전년 원유 사용실적, 수요 변화, 자급률 등을 고려해 승인하고 이행실적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원유를 거래하는 개편방안도 제시했다.
소비자와 학계 측 위원들은 정부 제안에 공감했다. 윤성식 연세대 교수는 "음용유 중심에서 가공유 제품으로 틀을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이정수 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도 "소비상황과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시장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낙농업계 측에선 정부의 정책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농가 손실을 전제로 하는 방안은 수용할 수 없다"며 "낙농가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무리 없이 정부 정책 수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