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우려에…국내 항공ㆍ조선 대형 M&A '하세월'

입력 2021-11-1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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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1년째, 현대중-대우조선해양은 3년째 지지부진

한국 기간산업을 재편할 대형 인수·합병(M&A)이 경쟁심사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하염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논의가 공식화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실질적인 인수는 해를 넘길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은 3년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2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양사의 통합이 정부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면서도 항공산업의 정상화를 끌어낼 방안이라 판단했다. 논의가 본격화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통합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내외 경쟁 당국이 심의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15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항공사 통합에 대해 “경쟁 제한성이 있어 일정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심사관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국제노선 총 143개 가운데 통합 시 점유율이 50% 이상이 되는 노선은 32개에 달한다. 인천에서 출발해 LA, 뉴욕, 시카고, 바르셀로나, 시드니 등으로 향하는 7개 노선은 양사 점유율이 100%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양사의 여객 슬롯 점유율이 38%에 불과해 독과점 우려가 없다고 반박한다. 양사 점유율은 국제 항공사의 허브공항 슬롯 점유율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아메리칸 항공의 댈러스 공항 슬롯 점유율은 85%에 달하며, 델타항공의 애틀랜타 공항 점유율은 79% 수준이다. 독과점으로 항공권 가격이 높아져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일축한다.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고, 다수 항공사가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양사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은 어렵다는 논리다.

특히 대한항공은 올해 1월 14개 국가에 기업 결합신고를 제출했는데, 지금까지 터키와 태국 등 5개국에서만 승인을 받았다. 심사를 진행 중인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핵심 국가에서 불허 결정을 내리면 합병이 어려워질 수 있다.

3년 가까이 지연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도 올해 안에도 별다른 결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이후 EU 측의 입장이 합병 결정 당시와 달라지면서 현대중공업의 제안을 거절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만약 올해 안으로 합병이 결정되지 않으면 채권단은 이들 기업에 올해까지 제공하기로 한 금융 유예조치도 재논의해야 한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현재 현대중공업과 EU 간의 요구 사항이 교집합을 형성하고 있지 않다”라며 “결과는 해를 넘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EU 측도 초반(합병 결정 당시)에는 이렇게 완강한 입장은 아니었다”라면서 “팬데믹으로 심사가 지연되고, 도중에 담당자도 교체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합병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라는 미시적 목표와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거시적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하지만 EU 측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면서 합병 건은 암초를 만났다.

EU 측은 LNG 선박 독과점 우려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승인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합치면 LNG 선박 점유율은 60% 육박하게 된다. EU는 앞서 승인을 내준 국가와 달리 LNG 선박 수주를 주력으로 한다. 현대중공업은 LNG 선박의 점유율이 높더라도 전체 공급 시장을 조선사가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합병 무산은 대우조선해양에 특히나 악재다. 올해는 수주가 많지만, 이 금액을 재무제표에 반영하기에는 2~4년의 시간이 걸리고, 과거 저가수주 여파가 여전히 상존한다. 채권단도 대우조선해양의 독립적 운영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편 채권단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에 따른 현물출자 및 투자계약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EU 심사 지연으로 인수기한이 4번째 연장된 것이다. 올해 안으로 결과를 내기가 어려워지면서 계약 기간 역시 추가 연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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