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섰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정부 조치로 인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일선 주유소와 운전자가 요소수 관련 문의에 지쳐가는 가운데, 중소 유통업체는 새 거래처를 찾아 나서야 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요소수 품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11일부터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했다. 요소와 요소수를 수입ㆍ생산ㆍ판매하는 기업은 일일 실적 관련 정보를 다음날 정오까지 신고해야 하고 판매처도 주유소로 한정했다. 개인 구매자는 주유소에서만 요소수를 구매할 수 있고, 차량용 요소수를 제삼자에게 재판매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어 13일에는 차량용 요소수 180만 리터(ℓ)를 전국 100개 주유소에 순차적으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14일 현장에서는 요소수 긴급수급조정조치로 인해 혼란이 발생했다. 주유소를 통해 공급한다고 했지만 정작 주유소에는 들어온 물량이 없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서울시 강동구에 있는 한 주유소 직원은 “요소수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데 아직 우리 주유소에는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쯤 요소수를 받을 것으로 보이냐는 질문에 “언제 들어올지 (주유소 측도) 모른다”고 답하기도 했다.
공급처 명단에 이름을 올린 주유소에 정작 요소수가 들어오지 않은 사례도 있다. 요소수 물량을 확보한 주유소 역시 정확한 공급 일정을 알 수 없다. 서울시 강동구의 다른 주유소 직원은 “요소수가 있지만, 수량 제한으로 한 사람당 한 통만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정한 판매 상한선은 승용차의 경우 최대 10ℓ, 화물차 등은 최대 30ℓ다. 요소수 사재기를 막으려는 조치다.
정부가 이번 조치의 내용을 일반에 상세히 안내하지 않으면서 운전자들은 판매처를 직접 찾아 나섰다. 일반 디젤 차량을 소유했다는 김모(46) 씨는 “안 그래도 요소수를 채우란 경고등이 켜진 차에 대란이 일어났다”며 “이날 근처 주유소 열 곳에 전화를 돌려 급히 가서 채웠다”고 말했다. 이어 “요소수를 살 수 있는 것은 좋지만, 구매 과정이 복잡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화물차 운전자들도 갑갑하기만 하다. 개인 화물차 운전자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는 ‘긴급 요소수 정보 공유’ 게시판을 통해 요소수를 확보한 주유소 정보를 공유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물량 풀린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토로도 이어졌다. 또한, 온라인을 통해 일정 금액 이상 주유를 해야 요소수를 판매한다거나 단골에게만 요소수를 공급하는 등 일부 주유소가 ‘갑질’을 하고 있다는 불만 글이 포착되기도 했다.
요소수 유통 과정에도 혼선이 빚어졌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요소수 시장은 대기업과 중소업체가 절반씩 점유하는 구조다. 중소규모 업체의 경우 여러 단계의 유통 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기존 유통망에 주유소가 없다면 새 거래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중소 업체가 새로운 거래처를 뚫어야 하는 만큼 이들이 보유한 물량이 시중에 신속히 풀리기 어려워졌단 지적이 나온다.
요소수 관련 신고를 받는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의 한 관계자는 “농산물처럼 유통 과정이 여러 단계로 돼 있어서 중간 판매상들이 ‘기존 거래처를 놔두고 갑자기 어떻게 주유소와 거래하라는 것이냐’는 항의 전화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