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美 출장, 글로벌 현장 경영 행보 재개
파운드리 부지 결정ㆍ모더나 협력 등 4가지 과제
고(故) 이병철 회장 기일 맞춰 ‘뉴삼성’ 의지 표명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8시 전세기를 이용해 북미 출장길에 올랐다.
해외 출장은 지난 8월 가석방 출소 뒤 처음으로 특히 미국 출장은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현장 경영 행보 재개로 ‘새로운 삼성’을 위한 4가지 과제 및 성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의 첫 번째 목적지는 캐나다 몬트리올이다. 이곳에는 삼성전자의 7번째 ‘글로벌 인공지능(AI) 연구센터’가 있다.
이번 방문은 AI, 로봇 등 미래 신기술과 신사업 연구ㆍ개발(R&D) 역량을 강화하고, 4차 산업혁명 주도권을 선도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한국 AI 총괄센터를 비롯해 미국 실리콘밸리,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ㆍ몬트리올, 러시아 모스크바, 미국 뉴욕 등에 삼성 AI 연구센터를 개소하는 등 꾸준한 투자를 이어왔다.
삼성전자는 7개 글로벌 AI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기반 차세대 통신ㆍ디스플레이 기술의 고도화, 다양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 등 세계 최고 수준의 AI기술을 연구·개발하며 일선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캐나다 일정이 끝난 뒤 미국으로 건너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 등에 대해 최종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 출국길에서 ‘미국 신규 파운드리 투자를 결정짓느냐’는 질문에 “여러 미국 파트너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답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20조 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와 오스틴 등을 공장 부지 후보지로 놓고 검토 중이다.
우선 이 부회장은 텍사스주 오스틴 파운드리 제1공장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반도체 공급난 장기화 가운데 현장 라인을 챙기고 고객사들과의 관계도 다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인근에는 엔비디아, 퀄컴 등 삼성전자 고객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공장 부지 결정과 관련해서 애초 제1공장이 있는 오스틴시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인근에 있는 테일러시가 삼성전자에 전폭적인 세제 혜택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유력 후보지로 떠오른 상황이다.
지난 9월 테일러시 의회는 2026년 1월까지 170억 달러를 투자해 600만 제곱피트(약 17만 평)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고, 정규직 1800개를 제공할 경우 파격적인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또 이 부회장은 퀄컴 크리스티아누 아몬 최고경영자(CEO)와 만날 것으로 보인다. 퀄컴은 세계 최대 통신 칩 제조사로 삼성의 주요 고객사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미국 모더나 사 측과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날 이 부회장은 “(모더나 본사 소재) 보스턴에 갈 것 같다”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CMO)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 모더나 백신 총 243만5000회분 국내 조기 공급과 관련해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회동을 통해 모더나 사와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모더나와의 두터운 신뢰관계 구축에서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바이오산업 전반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1위 자리를 굳히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번 회동은 더욱 중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은 국내서 위탁생산(CMO) 1공장(3만 리터), 2공장(15만4000리터), 3공장(18만리터)을 가동 중에 있으며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갖춘 4공장(25만 6000리터)도 내년 말 부분 가동, 2023년엔 완전히 가동한다.
게다가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2일(현지 시간) 국내뿐 아니라 미국 유럽 지역으로 생산거점을 넓히기 위한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바이오의약품 산업에서 경쟁력을 키워 ‘초격차’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해 주요 기업들에 반도체 관련 내부 정보 제출을 요구하면서, 지난 8일(현지 시간) 삼성전자는 기업 내부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제외하고 미 상무부에 반도체 공급망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워싱턴D.C.를 방문해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과 반도체 공급망 재점검 및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방미 일정에 미 정부와 만남도 포함될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반도체·정보통신기술 관련 최고 경영진 등과 회동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반도체 공급망 정보 미 정부 제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미국 정치권과 행정부 인사들을 만나 반도체 정보 추가 제출에 대한 우려를 전하고 한국 반도체 기업들 입장을 대변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반도체 자료 전달 관련해 미국 정부 관계자를 만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휴일에 많이 나오셨다” “잘 다녀오겠다”며 말을 아꼈다.
무엇보다 이달 19일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34주기 추도식 전후에 이재용 부회장이 ‘뉴삼성’에 대한 의지를 밝힐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최근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분야 등 미래 전략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해 3년 동안 국내 180조 원을 포함해 총 240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또 지난달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1주기 추도식 후에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함께 나아가자”며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북미 출장을 시작으로, 이 부회장이 그리는 ‘뉴삼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