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달려도 LPG 잔량 절반쯤 남아
부산→서울 중간기점 추풍령까지 더 달려
시속 100km 순항 때 엔진회전수 1800rpm
고속 순항에 초점 맞춘 CVT 기어비 효과
2016년 첫선을 보인 르노삼성 QM6가 누적판매 20만 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국내에서 1세대 '라이프 사이클'의 종점을 향해 달리고 있지만, 그래서 인기가 시들해질 법하지만 결과는 반대. 2019년 등장한 LPe 모델 덕에 다시금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LPG를 연료로 쓴 QM6 LPe는 출시 2년 만에 6만 대가 팔렸다. 지금도 QM6 판매의 60%가 LPe다. 르노삼성이 규제 완화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다.
국제유가가 다시금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요소수 대란'까지 겹쳤다. 자연스레 LPG SUV에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 QM6의 장점을 두루 살피는 한편, LPe 모델의 고속도로 연비 효율성을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LPG를 가득 충전하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린 다음, 다시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올 수 있을지 시험해 보기로 했다.
‘연비 운전’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가속할 때 경쾌하게 내달리고, 추월이 필요하면 과감하게 가속페달을 밟기로 했다. 부담 없이 최고출력(140마력)과 최대토크(19.7kg.m)를 활용해볼 참이다.
오전 9시.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 직전에 자리한 LPG 충전소에서 탱크를 가득 채웠다. 동승자 없이 기자 혼자 왕복 700km를 달릴 계획. 출발 전, 타이어 공기압도 제조사 권고치에 맞췄다.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QM6 LPe는 뜻밖에 몸놀림이 가볍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불끈불끈’ 앞머리를 쳐들며 내달리는 게 기특하다. 슬며시 '한 대쯤 가져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밀려든다.
수동변속기는 엔진 출력이 변속기에 직접 맞닿는다. 반면 자동변속기는 이 동력을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예컨대 선풍기를 켜놓으면 마주 보는 반대편 선풍기가 맞바람에 돌기 시작한다. 이때 2개의 선풍기는 각각 회전수 차이가 난다. 자동변속기 연비가 떨어지는 이유도 이런 회전수 손실(낭비) 탓이다.
최근 유행하는 자동화 수동변속기, 이른바 DCT는 구조적으로 수동변속기다. 운전자가 클러치를 밟고 떼는 동작을 차가 알아서 해준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도 가격은 자동변속기보다 비싸다. 제조사의 꼼수다.
QM6 LPe는 내구성을 인정받아온 닛산의 'X-트로닉 CVT'를 쓴다. 이른바 무단변속기다.
엔진에서 나오는 회전축과 바퀴로 이어지는 회전축 사이를 벨트로 연결한다. 2개의 축이 서로 크기를 바꿔가며 변속한다. 일반 변속기처럼 각각의 단수가 없어 부드럽고, 연료 효율도 자동변속기를 앞선다.
급가속하면 엔진 회전수가 4000rpm 근처까지 단박에 치솟는다. 이 상태에서 회전수는 고정돼 있고 변속기가 모양을 바꿔가며 바퀴에 회전력을 보탠다.
자동차의 운동 특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최종감속기어(Final Gear Ratio)’다.
대형 트럭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차축 중앙에 수박 크기만 한 차동기어가 달려있다. 이게 최종감속기어다. 변속기와 기능은 비슷해도 기능과 달린 위치가 전혀 다르다. 전륜구동 차는 엔진 옆에 달려있다.
최종감속기어는 자전거 페달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자전거는 페달이 달린 ‘앞쪽 크랭크 기어’와 뒷바퀴에 연결된 ‘뒤쪽 기어’로 나뉜다. 자동차에서 최종감속기어가 이 ‘크랭크 기어’ 역할을 한다.
예컨대 자전거의 '앞쪽 크랭크 기어' 지름이 ‘대형’이면 출발 때 엄청난 힘(자동차의 낮은 연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정 속도에 올라서면 페달을 적게 돌려도(낮은 엔진 회전수를 이용해도) 편안한 고속 주행이 가능하다.
반대로 앞쪽 톱니가 ‘초소형’이라면 상황은 반대다.
초기 출발(자동차의 가속력)이 경쾌하고 무거운 짐을 싣고도 쉽게 출발한다. 그런데 고속에 올라가면 페달을 열심히 굴려도(엔진 회전수를 높게 끌어올려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
QM6 LPe의 최종감속기어는 후자에 속한다. 출발이 경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시속 100km를 넘나드는 고속에서는 변속기의 낮은 기어비로 효과를 낸다. 실제 QM6 LPe는 시속 100km로 달릴 때 엔진 회전수가 1800rpm 근처에 머물러 있다.
참고로 현대차 2.0 쏘나타 LPG는 같은 속도에서 회전수 2300rpm을 쓴다. 덩치 큰 QM6 LPe가 같은 속도에서 더 낮은 엔진 회전수를 쓰는 셈. 당연히 고속도로 순항 연비는 QM6가 훨씬 더 유리하다.
덕분에 QM6 LPe는 고속도로에 올라서면 1리터당 평균 연비 12km 수준을 유지하며 달릴 수 있다. 공인연비 8.9km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정체 구간을 통과했고, 추월이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가속하는 등 마음껏 달려도 이 정도 연비를 낸다.
경부→영동→중부내륙→경부고속도로를 거쳐 5시간여 만에 부산요금소에 도착했다. 이때 계기판 LPG 잔량은 50%에 살짝 못 미쳤다. 약 380km를 달리는 동안 평균연비는 무려 12.9km에 달했다.
여전히 50% 가까이 남아있는 LPG 잔량을 보니 과연 어디까지 더 달릴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부산 서면에서 다시 출발해 서울을 향했다. 경남 밀양→청도→대구→달성→칠곡→구미를 지날 때도 ‘연료 경고등’을 내주지 않았다.
내친김에 부산→서울(약 360km)의 중간 기점인, 경북과 충남의 경계선에 자리한 추풍령 휴게소까지 달려볼 욕심이 생겼다.
LPG는 연료의 특성상 게이지가 중간 이하로 내려오면 하강 속도가 빨라진다. 마침내 추풍령 오르막길에 올라서자 ‘띵~’하는 경고음과 함께 LPG 연료 게이지에 경고등이 점등됐다.
결국,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을 찍고 다시 서울을 향해 거슬러 올라온 QM6 LPe는 경부선의 중간기점(추풍령)까지 올라온 셈이다. LPG 1회 충전으로 달린 거리는 570km, 평균 연비는 13km에 육박했다.
공차 중량 1610kg에 체중 0.1톤에 육박하는 기자를 태우고 경쾌하게 달린 결과다. 휘발유 엔진에 맞먹는 부드러움과 정숙함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며 700km를 넘게 달리는 사이, 이제껏 체감하지 못했던 QM6 LPe의 매력을 두루 체험했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리며 설 자리를 잃어버린 ‘디젤’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요소수’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지금 당장 계약하면 올해 안에 따끈한 신차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