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녹색당'ㆍ일본 '노유스 노재팬' 바람
세계 청년층 유권자들은 정당 활동을 넘어 지역 의제를 발굴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기후위기, 식량ㆍ환경 문제 등 미래 세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9월, 독일 연방하원선거(총선)에선 거대 양대 정당이 좀처럼 청년층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기독교민주·기독교사회 연합과 사회민주당인 경우, 70세 이상 유권자 비중이 각각 38%, 35%로 견조했지만, 25세 이하는 10%, 15% 수준에 그쳤다. 반면, 녹색당과 자유민주당의 25세 이하 청년 유권자 비중은 각각 23%, 21%로 이보다 높았다. 기성 양대 정당을 택하기보다 환경, 자유무역주의 등 주요 ‘의제’를 제시한 정당에 표를 준 것. 특히, 녹색당은 30세 이하 유권자층에서 투표율이 가장 높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녹색당의 약진 배경에 독일 청년들의 기후위기 의식이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의제’를 직접 발굴하는 청년 조직 활약도 돋보인다. 정당정치가 발달한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은 정당 내 청년 조직을 두려고 한다. 청년 유권자의 관심사를 파악해 정책을 마련하고, 이들의 정치 참여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에선 청년 조직들의 의제 발굴이 활발하다. 작년 8월, 사민당 당 대회 ‘사민주의 청년들’·‘사민주의 학생들’이 발의한 정책 의제를 살펴보면, 교육부터 국가 운영 등 다양하다. 이들은 △금전 게임기 수 감소 △아동·청소년·가족 지원 네트워크 정비 △개방대학 프로그램 무료화 △국가 청정 전기 전략 수립 △더 평등한 국방시스템을 위한 남녀 징병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최근 일본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일본 중의원 선거에선 젊은이들의 정치 참여를 촉구한 ‘노 유스 노 재팬(NO YOUTH NO JAPAN)’ 단체가 주목받았다. 청년들의 정치 무관심이 사회적 문제로 꼽히는 일본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움직임이다. 이들은 기성 정당의 독주를 막자며 “50대 이상, 남성 중심의 자민당 독주 속에 정치가 바뀌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실감할 기회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선 ‘후보 없는 대선 캠프’까지 등장했다. 157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청소년기후행동은 ‘모두의 기후정치 대선 캠프’를 내걸고, 기후위기 의제를 후보 공약에 관철시키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9월, 이들은 예비대선후보 19명을 대상으로 △탈석탄 필요성 △기후 정의에 입각한 전환 방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치적 의지 등을 검증하는 조사를 진행했다.
윤현정(18) 청소년기후행동 상임활동가는 “기후위기는 개인 실천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며 “우리는 ‘후보 없는 대선 캠프’로 특정 후보의 당선이 아닌,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