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들의 양심을 믿겠습니다. 이곳은 24시간 운영되는 무인점포입니다. 점포의 안전한 운영을 위해 폐쇄회로(CC)TV를 녹화 중이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28일 자정 경기도 의정부시 한 아이스크림 무인점포의 문이 활짝 열려있다. 출입 제한 없이 쉽게 가게에 들어서니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이런 안내음이 울려 퍼졌다.
이 무인점포에는 다양한 과자류와 아이스크림들이 진열됐고 출입문 옆쪽으로는 바코드로 상품을 인식할 수 있는 셀프 계산대가 설치됐다. 총 5대의 CCTV가 사각지대 없이 녹화되고 있지만, 무인경비시스템도 없이 가게만 덩그러니 있어서 보안에 취약해 보였다.
한밤중 빨래방ㆍ카페ㆍ편의점ㆍ밀키트 등 무인점포 10곳을 돌아보니 어떠한 제재 없이 출입할 수 있었다. 무인 빨래방과 편의점만 경비 시스템이 작동 중이었고 관할 경찰서의 ‘순찰 지역’이란 안내판이 설치됐다. 다른 점포들은 보안을 위해 CCTV와 동작감지기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이 거리에는 1년 사이 총 17곳의 무인점포가 생겨났다.
보안이 취약한 소상공인 무인점포들은 범죄의 표적이 된다. 대기업 편의점들은 인공지능 보안 실증 점포를 내는 등 범죄 대비책을 마련했지만, 소상공인은 비용 때문에 쉽지 않다. 아이스크림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이 모 씨(36)는 “창업 초반 보안 업체를 알아봤는데 매출 대비 비용이 커서 포기했다”며 “그나마 고화질의 CCTV만 설치하고 가게를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게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가정간편식을 판매하는 밀키트 전문점에는 ‘무단으로 가져가면 안 돼요’라는 안내판에 2달 사이 2건의 절도가 발생했다고 적혀있었다. 이 가게 최 모(56) 사장은 “오픈하고 초반에는 절도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계산하지도 않고 물건만 가지고 가는 분들이 생겨났다”며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하소연했다.
무인점포 업종마다 절도 빈도는 달랐다. 무인카페와 빨래방은 비교적 절도 건수가 적었고 대게 편의점과 밀키트 전문점에서 절도가 많이 이뤄졌다. 이날 기자와 만난 무인카페 사장은 “기계로 커피를 제공해서 크게 가게에서 절도 당할 것들이 없다”며 “본사를 통해 빨대나 원두를 훔쳐 갔다는 사례를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절도 범죄 외에도 여러 애로사항은 존재했다. 점포 내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보니 장시간 오래 머무는 손님도 있다고 했다. 점포가 일탈 행위의 장소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무인 빨래방을 운영하는 김 모 씨(43)는 “종종 빨래도 안 하는 10대 청소년들이나 배달원들이 장시간 점거하는 때도 있다”며 “24시간 내내 CCTV를 확인하지 못하니 그럴 때는 난감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인점포가 늘면서 관련 범죄가 증가했다는 것은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경찰청은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여름철 침입 강ㆍ절도 등 전문털이범’을 집중적으로 단속해 2만6982명을 검거했다. 이중 무인점포 대상 절도범은 605명으로 죄질이 불량한 13명은 구속됐다. 무인점포 범죄는 2019년 203건에서 지난해 367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이미 1600건을 훌쩍 넘겼다.
무인카페 프랜차이즈 가맹업을 하는 윤 모 씨(30)는 “마냥 고객들의 양심에 맡기기 어려워 보완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운영 지원뿐만 아니라 보안에도 정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절도범의 표적과 황당한 일탈 행위마저 기승을 부리면서 무인점포 업주들의 한숨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