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시중은행장과 만난다. 상견례 차원의 성격이지만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은 만큼 관련 현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은행 차원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구체적으로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28일 은행연합회에서 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 대구은행, 케이뱅크 은행과 간담회를 연다. 이번 간담회는 고승범 위원장 취임 후 진행하는 금융기관 및 업계와의 만남 일환이다. 고 위원장은 지난달 5대 금융지주 회장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금융협회장, 정책금융기관장, 자본시장 업계·유관기관을 만나 차례로 의견을 청취했다.
금융위원회 국감과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일정과 겹쳐 이번 은행장과의 만남이 예정보다 미뤄졌다.
이 자리에서 고 위원장은 전날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 은행권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전날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조기에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내놨다. ‘갚을 수 있는 능력만큼 대출한다’는 관행을 정착하겠다 취지다. DSR 2단계를 내년 7월에서 내년 1월로 6개월 앞당겨 시행하는 게 핵심이다. DSR 2단계에선 집값과 상관없이 총대출액이 2억 원을 넘으면 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고 위원장은 은행 자체 가계부채 관리 강화 시스템 구축과 실수요자 보호 등에 대한 자구책 마련을 특히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을 잘 지켜 달라는 당부 차원의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취임 후 첫 상견례인 만큼 인사 차원의 자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금융위는 5대 은행 여신 담당 관계자들을 호출해 전세대출 규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27일부터 소매금융을 취급하는 17개 은행은 모두 임대차(전세)계약 갱신에 따른 전세자금 대출의 한도를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금액 범위 내’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들 은행은 임대차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전세자금 대출을 내줄 방침이다.
현재 은행들은 신규 임차(전세)의 경우, 입주일과 주민등록전입일 가운데 이른 날로부터 3개월 이내까지 전세자금 대출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대출을 내주게 되면 대출 신청 가능 기간이 크게 줄어든다. 은행들은 1주택 보유자의 비대면 전세대출 신청도 막는다. 따라서 앞으로 1주택자는 케이뱅크를 제외하고 전 은행에서 창구를 통해 전세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현재,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 및 가계대출 증가 목표 관리 차원으로 NH농협은행, 하나은행, SC제일은행은 신규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