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재정준칙 법제화 국가들이 내년도 예산안을 크게 줄이는 데 비해 우리 정부는 여전히 코로나 이후 확장 재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을 비롯해 주요 재정준칙 법제화 국가의 내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은 내년도 예산 규모를 올해 결산 추정액보다 약 14.8% 축소한 데 비해 한국은 0.1% 줄이는 데 그쳤다며 28일 이같이 밝혔다.
내년도 정부지출 규모를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한국이 비교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2년 정부지출(중앙+지방) 규모는 한국 1.15배, 미국 1.10배, 독일 1.07배, 프랑스 1.01배 등이다.
미국의 2022년 예산은 6조 달러로 2021년 결산추정액 7조2000억 달러보다 1조2000억 달러 줄었다. 독일은 4430억 유로로 올해 결산추정액 5477억 유로에서 1047억 유로 감소했다. 프랑스도 팬데믹 피해구제 예산을 2021년 369억 유로에서 2억 유로로 △367억 유로(△99.5%) 삭감하는 등 내년도 예산을 올해 결산추정액보다 402억 유로 감축했다.
이에 비해 한국의 2022년 예산은 604조4000억 원으로 올해 수준(결산추정액 604조9000억 원)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내년도 사회복지예산은 74조 원으로 올해 지출 72조 원에서 2.8%(2조 원) 증가했다.
한경연은 그동안 기초연금 확대, 아동수당 인상 등 항구적인 복지지출이 많이 늘어났다며 이러한 지출은 코로나 종식 후에도 쉽게 줄이기 어려워 앞으로 국가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정부의 중기 재정지출 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이후에도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재정 정상화는 불투명할 전망이다.
한경연은 주요국이 코로나 위기 대응을 위해 확대 집행했던 재정지출을 줄인 것은 2022년 중 경제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주요국의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을 웃돌 전망이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등 주요국은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을 시행하고 있어 코로나 회복 국면에서 정부가 재정 건전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한국도 중장기적 재정 건전화 방안의 하나로 정부가 지난해 12월 한국형 재정준칙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경기 회복국면에서는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줄어든다"며 "그동안 확대 집행했던 정부지출을 자세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로 복지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라며 "재정준칙 법제화 등 재정 건전성 제고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