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배분 상황에서 ‘공정성’ 기준은 합리성 기준을 지배하는 중요한 분배원칙이 되고 이러한 공정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당사자들은 분노하여 비합리적 행동을 한다는 것을 행동경제학 실험이 보여주고 있다. 미국인을 포함한, 일본인, 이스라엘인, 독일인 등 6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헬리콥터 머니(Helicopter Money) 실험에서도 실험대상자들이 받은 돈을 배분할 때 상대방이 무조건 수용하여야 하는 상황에서도 배분자는 공정성을 고려하여 배정된 금액의 상당 부분을 상대방에게 제안하는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과실 분배 상황에서 공정성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 배분 기준이 되는지를 보여 준 바 있다. 이번 대장동 개발 수익의 배분에 있어서 투자지분이 훨씬 큰 은행들은 초과수익에 대한 추가 배분 요청을 포기하고, SPC 투자자들은 원주민으로부터 낮은 가격으로 취득한 토지를 엄청나게 높은 가격으로 분양하여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민간 초과수익의 환수조항이 없어졌고 투자위험 방지용 로비 자금이 수백억씩 뿌려졌다는 얘기다. 여야, 공사(公私)를 불문하고 명예와 사회적 체면을 내팽개치고 돈으로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작금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 이번 대장동 개발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 통합과 우리의 사회적 자본은 여지없이 파괴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정부기관의 보증으로 발행된 비우량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을 투자은행들이 패키지화하여 판매한 부동산담보부증권(MBS)에 대해 원자산인 주택가격의 하락 위험을 잘못 평가한 데서 발생한 것이었고, 결국은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과 구제금융으로 미국금융기관들이 연명하게 되었다. 미국의 경우 투자 실수에 대해 파산이라는 책임을 지웠다는 점에서 일부 공정성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반면, 구제금융을 받은 ‘체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 CEO들의 엄청난 규모의 보수계약 이행으로 미국 사회 또한 국민통합이라는 중요한 자산을 날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사건의 실체가 과실 배분의 불공정성과 부정행위에 대한 보험으로서 정·관·법조계를 망라한 로비에 있다면 이에 대한 명확하고, 합리적인 처리는 우리 사회의 공정성 회복과 이를 통한 국민 통합을 위해 중요한 과제가 된다. 개발이익이든 투자 이익이든 과실 배분은 투자자가 안게 될 리스크만큼 배분해야 공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 리스크를 축소하여 초과수익을 거두었다면 그 초과수익은 제도적인 장치를 제공한 당사자, 즉, 공공이 그 이득을 가져가야 공정하다. 만약 로비를 통해 초과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면 로비 비용과 이로 인한 초과 수익만큼 공공이 환수해야 경우에 맞고 공정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향후 처리과정에서 이러한 공정성이 보장될 때 우리사회의 깨어진 국민 통합을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개발사업에 따르는 위험요소를 제거한 상태에서 자본금 3억5000만 원의 1천 배가 넘는 4000억 원이상의 배당금 수익을 챙긴 사실에 대해 공정하다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