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MZ세대를 겨냥해 SNS를 통한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정치인이 SNS 활용에 미숙한 모습을 보이며 오히려 SNS가 독이 되는 상황도 잦아지고 있어 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다가 역풍을 맞은 대표적인 사례다. 윤 전 총장은 22일 자신의 반려견인 ‘토리’를 의인화해 운영하는 일명 ‘토리스타그램’에 토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만으로는 문제 될 내용이 아니었으나 윤 전 총장의 며칠 전 발언과 관련해 문제가 됐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 발언에 대해 별다른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다가 토리스타그램에 사과 사진을 올리자 ‘사과는 개나 줘라’라는 뜻이냐는 지적이 쏟아진 것이다.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아침에 일어나 보니 뭐 이런 상식을 초월하는... 착잡하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결국 윤 전 총장 캠프 측은 토리스타그램을 닫고, 해당 사진을 게시한 것이 실수였다며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월에는 현직 국회의장에게 SNS로 욕설을 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을 주도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이 주도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이 실패하자 페이스북에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단순히 아쉬움 표현에 그치지 않고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박병석’이라며 직함을 떼는 실례와 함께 ‘GSGG’라는 표현을 덧붙였다. 이 GSGG가 ‘개XX’라는 욕설이 아니냐며 논란이 됐다.
이후 김 의원은 ‘의장님’이라는 호칭을 붙이고 ‘GSGG’를 삭제하는 등 여러 차례 글을 수정했다. GSGG에 대해서는 “정부는 국민의 일반의지에 봉사해야 한다(Government serve general G)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해명에도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김 의원은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박 의장을 직접 찾아 사과의 뜻을 전했다. SNS를 통해 법안 제정 실패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려다 오히려 비난을 받은 모양새가 됐다.
SNS 활용이 매번 논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잘만 활용한다면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의 21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는 자녀인 유훈동씨와 유담씨가 출연해 아버지인 유 전 의원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 대선 당시에도 유 전 의원을 ‘국민 장인’으로 만들며 화제를 모았던 유담씨가 출연하자 방송 초반 200명대를 유지하던 시청자 수는 1600여 명까지 늘어났다. 시청자가 늘며 자연스레 유 전 의원의 아버지로서 인간적인 모습 등을 노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짧은 동영상을 게시하는 플랫폼인 ‘틱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젊은 세대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도 했다. 이에 선수만 5선인 정 전 총리가 유쾌한 모습을 보여줘 인지도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정치인들의 SNS 활용에 대해 ‘진정성’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SNS의 취지는 기본적으로 ‘사람 대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도구라도 이를 이해 못 하면 안 된다”라며 “하루에 하나를 게시하더라도 본인 생각이 담긴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