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기름값이 부담스러워 운전대를 잡기 무서울 정도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 18일 리터당 평균 1800원을 돌파한 뒤 21일 기준 1820원까지 오른 상태다. 전국 평균은 1743원 수준이다. 지난달까지도 1731원(서울 평균, 전국 평균은 1646원)에 머물러 있던 휘발유 가격은 이달에만 벌써 리터당 100원 가까이 상승했다. 10월 2주 차 기준, 4주 연속 유가가 올라 이번 주를 포함하면 유가는 5주 연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무섭게 치솟은 기름값은 서민 생계에 위협이 될 정도다. 이에 정부는 유류세 인하 검토 의사를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유류세 인하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열흘 이내, 다음 주 중에는 조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름값에서 유류세 등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가깝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지난 8일 이후 80달러 이상(두바이유 기준)의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만큼, 유류세 인하가 기름값을 진정시키는데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기도 하다.
주유소 기름값은 정유사의 세전가격과 유류세, 유통마진, 부가가치세를 더해 정해진다. 현재 리터당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 교육세 79.35원(교통세의 15%), 주행세 137.54원(교통세의 26%) 등 총 745.89원이다. 이를 포함해 매겨지는 부가가치세, 고급휘발유에 붙는 판매부과금(리터당 36원)까지 고려하면 기름값에서 전체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800원대로 전체 기름값의 40%를 훌쩍 넘는 상황이다.
유류세가 기름값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유류세가 인하되면 기름값도 점진적으로 낮아진다.
지난달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장희선 전북대 교수의 ‘유류세 한시적 인하의 주유소 판매가격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유류세 인하 당시) 보통휘발유의 가격이 평균 1619원임을 고려할 때 유류세의 15% 인하가 보통휘발유 가격의 6% 또는 97.14원 인하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당장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격 인하가 이뤄질 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류세 인하의 소비자 가격 반영 시기는 주유소의 재고 소진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유류세가 11월 1일을 기점으로 인하될 경우, 기존 제품 재고를 소진하고 국내에 새로 유통되는 기간을 감안하면 같은 달 중순은 돼야 휘발유 등 최종 제품 가격이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기름값 상승에 따른 서민들의 부담이 워낙 크다보니 정유사들이 초반 손해를 감수하고 제품 출고 당시 인하분을 곧바로 반영할 수도 있다. 앞서 유류세 인하가 이뤄졌던 2018년에 정유사들은 유류세 인하를 제품가격에 바로 적용한바 있다.
그렇다면 현재 기름값을 기준으로 유류세가 인하되면 기름값은 얼마나 떨어질까. 정부가 2018년처럼 유류세를 15% 수준으로 인하할 경우 교통세는 449.65원이 돼 79.35원 저렴해진다. 이때 교육세는 67.44원, 주행세는 116.9원으로 전체 유류세는 637.37원이 돼 지금보다 약 100원 이상 낮아진다. 유류세 인하로 낮아지는 부가가치세를 고려하면 기름값은 지금보다 리터당 122원 낮아질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