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관련 특별법에 따라 지원금을 받은 ‘긴급조치 1호’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본 대법원 판결이 재심을 통해 취소됐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긴급조치 1호 피해자 오종상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오 씨는 1974년 버스 옆자리 승객에게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말을 했다는 혐의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구타와 가혹 행위를 당한 오 씨는 허위자백해 기소됐고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이 확정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07년 오 씨 사건에 대해 국가가 사과하고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오 씨는 2009년 재심을 청구했고 대법원은 2011년 무죄를 확정했다. 이후 오 씨와 가족은 2011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오 씨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보상금 등을 이미 받아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옛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보상법)은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피해 보상금을 받으면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보고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반면 2심은 오 씨에게 국가가 1억1500여만 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6년 5월 국가와 오 씨 사이에 화해가 성립했다는 1심 판단을 인정했다.
헌재는 2018년 보상금이 지급됐다는 이유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권까지 박탈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오 씨는 헌재 결정 이후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정부 소속 중앙정보부 수사관이 영장 없이 강제 연행해 1주일간 불법으로 구금하고 구타와 고문 등으로 허위자백을 받아냈다”며 청구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