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 국토교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법인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법인이 1년간 매입한 주택은 4만6858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부동산 매매업 또는 임대업을 하는 부동산 법인이 매수한 주택은 3만6500가구였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법인의 모든 주택 거래에 대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한 후 전수통계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인이 매입한 주택의 평균 가격은 3억2800만 원으로 법인 한 곳이 매입한 평균 주택 수는 3가구였다. 특히 실거래가 1억5000만 원·공시가격 1억 원 내외 주택 매입 비중이 2만5612건으로 전체의 54.7%에 달했다. 공시가격 1억 원 미만 주택은 취득세 중과가 면제돼 법인의 ‘투기 틈새’가 됐다는 분석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실거래가 3억 원 이하 저가주택 매수 비중은 77.3%에 달했다.
주택을 많이 사들인 법인 상위 10곳을 살펴보면, 1위인 법인은 1년간 1327가구를 사들였다. 이 법인은 광주 308가구, 부산 296가구, 경기 233가구, 인천 207가구 등 전국에 걸쳐 주택을 매입했다. 두 번째로 많은 주택을 매입한 법인은 1300가구를 전부 경남 지역에서 싹쓸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의 자금 출처 대부분은 차입금이었다. 사업자 대출 등 ‘그 밖의 대출’ 1억886만 원(33.1%), 임대보증금 5892만 원(17.9%) 등을 포함해 빌린 돈이 68%에 달했다. 자기자본은 금융기관 예금액 8790만 원(26.8%) 등 32%에 불과했다.
정부는 지난해 6·17 대책을 통해 법인의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7·10 대책에서는 부동산 세제를 대폭 강화했다. 법인의 취득세는 주택 보유 수와 관계없이 12%로 대폭 올렸고 종부세도 개인 대비 높아졌다. 하지만 이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법인들이 4만 가구 넘게 주택을 사들이면서 결과적으로는 세제 강화를 통한 규제가 별 소득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천 의원은 “부동산 법인이 규제의 틈새를 이용해 서민용 저가주택에 대한 집중 투기를 한 것이 확인됐다”며 “법인 사업자의 대출 용도 제한, 취득세·양도소득세 등 세제 혜택 축소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