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 등에 대출수요·신용위험 증가세
대출 빙하기가 현실화했다. 은행과 제2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한 규제 영향이다. 그간 말로만 조이겠다고 밝혀왔었다는 점에서 갑작스런 태도변화는 되레 혼선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출수요는 늘었다. 여기에 대내외여건 불확실성, 기준금리 인상 등 요인까지 가세하면서 신용위험도 증가세를 유지했다.
18일 한국은행이 국내 금융기관 여신업무 총괄담당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 2021년 3분기 동향 및 4분기 전망’ 자료에 따르면 국내은행 대출태도는 올 3분기(7~9월) 마이머스(-)15를 기록한데 이어, 4분기 -12를 예상했다.
이는 작년 4분기(-19)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직전조사에서 3분기 전망치가 -3 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전망보다 더 크게 강화한 셈이다. 2분기(전망시 -2, 실적시 7)까지만 해도 강화하겠다는 전망과 달리 완화적 태도를 이어왔었다.
특히, 가계부문 옥죄기가 더 심했다. 당초 각각 -18로 예상했던 3분기 가계주택(주담대) 및 가계일반(신용대출 등) 대출태도는 각각 -35와 -29를 기록했다. 각각 2018년 4분기(-47)와 작년 4분기(-44) 이후 최저치다. 4분기엔 각각 -15와 -32를 기록해 일반대출을 중심으로 더 강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범위 발표, 신용대출의 소득이내 한도 조절, 은행 대출 총량관리, 농협 등 대출중단 등 신용대출 강화 조치들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대출수요는 늘었다. 3분기(전망 6, 실적 27) 중 추가로 늘어난데 이어, 4분기 12를 예상했다. 특히, 중소기업(3분기 전망 12, 실적 26, 4분기 전망 12)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가계는 일반대출(3분기 전망 0, 실적 26, 4분기 전망 -3)을 중심으로 3분기까지 수요가 컸다.
신용위험은 3분기(전망 18, 실적 10) 중 전망대비 낮았지만, 4분기(20)엔 높아질 것으로 봤다. 특히, 중소기업(3분기 전망 15, 실적 24, 4분기 전망 21)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제2금융권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대출태도를 보면 상호저축은행(3분기 실적 -18, 4분기 전망 -16), 신용카드회사(-29, -43), 상호금융조합(-39, -44), 생명보험회사(-7, -14) 모두 옥죄겠다는 방침이다.
대출수요는 상호저축은행(3분기 전망 16, 실적 11)은 줄어든 반면, 신용카드회사(19, 36)와 상호금융조합(7, 14), 생명보험회사(1, 5)로 몰렸다. 신용위험 역시 상호저축은행(3분기 전망 10, 실적 13, 4분기 전망 22)과 신용카드회사(0, 14, 36), 상호금융조합(24, 24, 33)를 중심으로 높아졌다.
임광규 한은 은행분석팀장은 “가계대출이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강화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이달에도 추가 보완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상당폭 반영해 은행과 제2금융권 모두 대출태도가 상당폭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출수요는 은행의 경우 규제강화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줄기는 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상대적으로 은행보다 비은행 대출수요가 높았다”며 “신용위험은 은행과 비은행 모두 증가했다. 대내외 여건 불안정성이 확대된데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이 반영되면서 업권에 관계없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올 9월15일부터 28일까지 203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