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디지털세' 합의 소식에 우리 경제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디지털세는 세계적 기업이 외국에 고정사업장이 없더라도 매출이 발생한 곳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조세체계다. 필라(Pillar)1과 필라2 두 가지 항목으로 구성됐다.
필라1은 적용대상 기업의 글로벌 이익 중 통상이익률 10%를 넘는 초과이익의 20~30% 과세권을 매출이 발생하는 지역 정부에 배분하는 방안이다. 필라2는 연결매출액이 7억5000만 유로(약 1조1000억 원)를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 최소 15% 이상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이 중 필라2를 적용할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은 물론, 우리 수출기업 중 많은 수가 포함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재계 한 관계자는 "시장소재지국 과세권한 강화는 애초 디지털 서비스 기업의 조세회피 방지 목적을 위해 논의가 시작됐지만 사실상 모든 업종으로 확장이 돼 조세회피 행위와 무관한 정상적인 기업 활동까지 위축시킬 것"이라며 "글로벌 최저한세도 기업의 자유로운 투자 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지난 9일 디지털세 합의 이후 입장문을 내고 "OECD의 이번 디지털세 합의는 글로벌 IT 기업들에 대한 국가 간 과세권 문제나 조세회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라면서도 "적용대상이 애초 IT 업종에서 대부분 업종으로 확대되고, 최저한세율 적용대상에 우리 수출기업이 상당수 포함된 점은 심히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정부는 디지털세 도입에 따른 영향을 자세히 분석해 우리 수출기업이 디지털세 부담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외진출 전략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힘써주시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법인세나 상속세 등에 국내 세 부담을 완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중앙 정부 기준 25%로 OECD 38개국 중 8번째로 높은데 여기에 디지털세까지 적용되면 세금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세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 각자도 디지털세 부담에 일찌감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해외 법인이 있는 매출액 1조 원 이상 기업은 사전에 디지털세가 얼마나 될지 미리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에서도 적용 대상 여부와 계산방법 등을 상세히 안내해 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