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받던 박영수 전 특검 딸 태도 바꾸고 본인만 특별분양"
“화천대유에서 나온 민원을 받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박영수(전 특별검사) 딸이었어요. 처음엔 부드럽더니 토지수용돼서 확보되니까 태도가 고압적으로 날카롭게 변했어요.”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지구 A6블록 앞 이주자택지에서 한창 주택을 짓는 현장을 지켜보던 한 원주민이 기자에게 이렇게 토로했다.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민원을 들어주던 화천대유 직원들을 좋지 않게 기억하는 건 배신감 때문이다. 공익이라는 미명하에 자신들의 땅을 값싸게 사들여 이주대책도 제대로 마련해 주지 않은 채 막대한 이익을 남긴데다 일부 직원은 아파트 특혜분양을 받은 당사자라서다.
원주민들이 기억하는 화천대유 직원들은 이렇다. “처음에는 주민들 민원을 부드럽게 받아 주다가 토지가 확보되니까 마치 딴 사람이 된 양 날카로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토지가 확보되니 주민들을 살갑게 대할 필요가 없었을 거고 그렇게 회사 지침이 바뀐 것 같다”고 얘기했다.
원주민들이 주로 접한 화천대유 관계자는 직원들과 성남의뜰 소속 감정평가사다. 이들은 분노하는 이유로 당시에는 “잘 맞춰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선 터무니없는 분양가를 내놓은 점을 꼽았다. 이들에 따르면 애초 민간개발이 진행될 때는 평당 500만~600만 원 수준으로 매매 계약을 했지만,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현 경기도지사)이 공영개발로 전환하면서 공익을 내세워 토지수용 협조를 요청해 250만 원대 헐값에 넘겼다.
한 원주민은 “토지수용에 협조하며 우리가 부탁한 건 제대로 된 이주대책 하나였다”며 “(그런데) 평당 750만 원 수준 이주자택지를 ‘감정적으로’ 감정해 억지로 감정가를 끌어올려선 1700만 원에 계약해야 했다. 이게 말이 되나. 그게 다 화천대유 돈으로 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인근 고등지구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주자택지 공고상 평당 750만~825만 원 수준이지만, 대장동의 경우 평당 1411만~1766만 원이다. 평균 2000만 원인 대장지구 분양가에 준하는 수준의 분양가다.
대장동이 있는 성남분당갑 지역구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성남의뜰은 2018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도시개발공사에 ‘이주자 택지 공급가격을 택지조성원가’로 통일할 것을 권고했음에도 이듬해 2019년 7월 고가 감정가격으로 택지를 공급했다.
대장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장동이 노른자 땅인데 성남시가 토지수용을 하는 방식으로 하니 원주민들이 손해를 많이 봤다”며 “애초에 성남시에서 공영개발을 할 때 화천대유 이익을 줄이고 분양가를 싸게 했으면 집값이 다 잡혔을 것”이라고 짚었다.
비싼 값이라도 이주자택지 공급계약을 마친 주민들도 여전히 곤혹을 겪고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주자택지의 지적공부 작업이 지연돼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추가 대출도, 매매계약상 토지취득세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른 원주민은 “이재명 시장이 공익이라고 해서 토지수용 따라 줬더니 수차례 항의를 해도 이주대책을 제대로 해 주지도 않고, 그나마 사려는 것도 소유권이전등기가 안 돼서 재산권 행사도 못 하는 형편이 됐다”며 “결국은 다들 빚더미에 앉거나 다른 곳에 전·월세를 전전하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 대장동 주민들의 원망은 이 지사로 향했다. 이 지사가 공익을 내세우며 협조를 요청한 공영개발을 믿은 대가로 큰 손해만 본 채 재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대장동 의혹에 대해 5503억 원 ‘공공환수’만 강조하고 있다. 수차례 접수돼 온 원주민들의 공익 침해에는 눈감고 공공환수를 외치는 모습에 주민들의 배신감은 더 커져 가는 분위기다.
다른 공인중개사는 “성남시가 도둑놈 심보다. 원주민들만 억울하게 만든 것”이라며 “그 결과에 대한 대가로 박 씨는 미분양 아파트를 받고, 곽상도 의원 아들은 50억 원을 받은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