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철을 앞두고 지난해 장마와 태풍으로 생산량이 급감했던 쌀이 올해는 평년 수준으로 회복할 전망을 보이면서 이제는 쌀값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쌀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농업계는 정부가 한시라도 빨리 초과 물량을 격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최근 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농업관측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전년보다 7.9% 증가한 381만6200톤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쌀 단수(단위면적당 생산량)는 10a 당 522㎏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년간 평년값인 521㎏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483㎏인 것을 감안하면 체감상 대풍년 수준이다.
특히 최근 쌀 생산량은 꾸준히 감소해왔다. 생산량이 급감했던 지난해 쌀 생산량은 350만7000톤이었고, 전년인 2019년 생산량인 374만4000톤 역시 2018년보다 약 10만 톤이 줄어든 상황이었다.
이에 올해 쌀값은 크게 요동쳤다. 연평균 쌀 20㎏ 도매가격은 2018년 4만5412원, 2019년 4만8630원, 2020년 4만9872원에서 올해는 5만8287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올해 쌀 생산량은 이 같은 높은 가격에 정부의 타작물 재배지원사업 종료 등으로 재배면적이 늘어 20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문제는 쌀 수요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농경연이 예상한 올해 쌀 수요는 354만9000톤으로 쌀 생산량 전망과 27만5000톤이 차이가 난다. 다만 가을 장마와 병해충 등으로 지역별 편차가 발생하면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지만 쌀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위기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산지 쌀값은 수확기를 앞두고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8월 정곡 20㎏ 가격은 평균 5만5580원에서 9월 중순 5만4000원대, 하순에는 5만3000원대까지 떨어졌다.
관할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통계청이 8일 발표할 '2021년 쌀 예상생산량 조사 결과'를 토대로 양곡수급안정위원회 의견 수렴을 거쳐 15일까지 쌀 수급안정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수확철에 쌀값 안정을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달 성명을 내고 "정부는 소비량 대비 3% 이상 초과한 물량에 대한 시장격리 방침을 10월 15일 이전에 발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