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와 망 이용대가를 두고 소송 중인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부당이득반환 청구 반소를 제기하며 공세를 이어간다.
SK브로드밴드는 “소송 결과에도 넷플릭스가 승복하지 않아 최근 3년간 실제 망 이용대가를 청구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가 최근 항소이유서 제출 일정 연기를 요구하면서 앞서 있었던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10월 있을 국정감사에서 관련 이슈를 더욱 키우려는 부각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SK브로드밴드는 민법의 부당이득반환 법리에 의거 넷플릭스에 망 이용대가 청구를 위한 반소를 제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소송은 올해 6월 SK브로드밴드 승소로 끝난 1심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의 후속 조치다. SK브로드밴드는 반소를 제기한 배경에 대해 “인터넷망은 초기 구축 및 매년 유지관리에 상당한 투자가 수반되어 당연히 유상으로 제공되는 것임에도 넷플릭스가 대가 지급 없이 회사의 망을 이용하고 있다”며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가 협상에 전혀 응하지 않은 채 망 이용대가 지급을 이행하지 않아 부당이득반환 법리에 의거 반소를 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SK브로드밴드는 자사가 구축하고 임차한 국내ㆍ국제 데이터 전송망을 이용해 넷플릭스가 이용자들에게 데이터를 전송하는 이익을 얻고 있음에도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음에 따라 망 이용대가에 상응하는 손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회사의 망에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18년 5월 50Gbps 수준에서 2021년 9월 현재 1200Gbps 수준으로 약 24배 폭증했다. 그에 따라 회사의 손실 역시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이라는 것.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망을 이용해 얻는 이익과 회사가 당연히 받아야 했을 망 이용대가의 손실 간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되며 넷플릭스에는 대가 없이 망을 사용할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올해 6월 패소한 후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넷플릭스는 당시 “1심 판결이 콘텐츠 제공사업자(CP)와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ISP) 간 협력의 전제가 되는 역할 분담을 부정하고 인터넷 생태계와 망 중립성 전반을 위협한다”고 밝혔다.
또 넷플릭스는 “법원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대가 지급 의무와 같은 채무는 법령이나 계약 등 법적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발생한다. 대가 지급 의무를 인정하면서도 법적 근거는 특정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해당 재판과 관련해 넷플릭스가 이달 초 항소이유서 제출기한 연장을 11월로 해달라고 신청함에 따라 재판부가 넷플릭스의 신청을 받아들이면 2심 재판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항소이유서 제출의 구체적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넷플릭스가 10월 국정감사를 의식해 내린 결정으로 분석하고 있다. 내달 5일 방통위 국감에는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 코리아 팀장이 증인으로 국감에 출석하며 망 이용대가 관련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SK브로드밴드는 이번 부당이득 청구 금액과 관련해 통상의 재판 절차와 마찬가지로 법원이 주관하는 감정 절차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가 1심 판결에서 인정한 망 이용의 유상성을 부정하는 것은 통신사업자의 기본 비즈니스 모델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국내외 CP들이 모두 정상적으로 지급하는 망 이용대가를 넷플릭스도 똑같이 지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