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집안으로, 공유오피스로…코로나가 바꿔놓은 ‘일터가 된 삶터’

입력 2021-10-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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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보내는 시간 늘면서 가족간 독립공간 원해…대형아파트 선호 뚜렷
취미생활·수납공간 활용 장점…공유오피스 지점·매출 늘어 '포화론' 무색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사는 K 씨는 지금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집을 넓혀 이사하는 걸 고민하고 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넉넉하다고 생각했던 집이 지난해부터는 갑갑하게 느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서다. 코로나19 이후 K 씨 부부는 재택근무, 아이는 원격수업을 하며 거의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K 씨는 “각자 방이 하나씩은 있어야 재택(근무·수업)을 하더라도 집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삶터와 일터를 바꿔놓고 있다.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대형 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됐던 공유 오피스 시장은 위기로 기회로 전환했다.

◇대형 아파트, 가성비 업!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한국에서 코로나가 첫 발생한 지난해 1월부터 올 7월까지 전국 중대형 아파트(전용면적 85㎡~135㎡) 실거래 가격 지수는 39.5% 상승했다. 다섯 개 아파트 면적 유형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대형 아파트(전용 135㎡ 초과) 실거래 가격 지수 상승률(37.8%)도 전국 평균(32.6%)을 웃돌았다. 이 기간 소형(전용 40~60㎡)·중소형(전용 60~85㎡형) 아파트 실거래 가격 지수 상승률은 각각 29.9%, 31.6%였다.

그간 대형 주택은 주택시장에서 덩칫값을 못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대형 주택보다는 소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흐름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넓은 집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퍼졌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가족 구성원별로 독립 공간을 원하는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여가 생활이 다양해지면서 취미 공간이나 수납공간을 원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여기에 그간 신규 주택 공급이 중소형 주택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대형 주택은 희소성까지 누리게 됐다.

주택 개발 업체 피데스개발은 지난해 말 발표한 ‘2020~2021 주거공간 7대 트렌드’ 보고서에서 “(설문 응답자들이) 가족 공간이나 홈트레이닝·요리공간 확대, 재택(근무) 공간, 가드닝 사용 등을 위해 전체적으로 집이 넓어지기를 희망했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 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대형 주택이 희소해진 데다 최근 집값이 오르면서 같은 돈이면 대형 주택을 사는 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유 오피스 업계, 위기를 기회로

공유 오피스 시장도 코로나19를 전화위복 계기로 삼은 대표적인 분야다. 코로나19 확산 초창기만 하더라도 시장에선 공유 오피스 시장이 팬데믹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공유 공간 사용을 꺼릴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런 전망은 빗나갔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울에 있는 공유 오피스 지점은 296곳으로 코로나19 유입 전인 2019년(277곳)보다 6.9% 늘었다. 코로나19 전 나오던 시장 포화론이 무색하게 주요 업체마다 매출도 증가세다.

코로나19 이후 대기업 입주 문의도 늘었다는 게 공유 오피스 업계 설명이다. 주요 부서 일부를 공유 오피스로 ‘피신’시켜 본사에서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업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러 부서 직원이 함께 근무하는 기존 사무실과 달리 공유 오피스에선 입주자별로 소규모 사무공간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효율적이다.

부동산 관리·자문 회사 CBRE 코리아의 최수혜 리서치 이사는 “연결성과 협력을 강조하는 미래 오피스가 주목받고 있는 만큼 향후 협업 및 공유 공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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