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보다 부실 가능성 커
대출 증감액 중 일정 부분을 중소기업에 의무적으로 대출해야 하는 ‘중소기업 대출 비율 제도’는 지방 은행과 지역 경제를 끊기지 않는 고리로 연결하고 있다. 특히 이 제도는 시중 은행보다 지방 은행에 더 엄격히 적용돼 지역의 경제 상황과 지방 은행의 수익은 비례할 수밖에 없다. 지역 경제와 지방 은행이 사실상 ‘한 배’에 탄 것이나 진배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중소기업 대출 비율 제도란 중소기업으로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정책으로, 금융기관이 대출 증감분 중 일부에 대해 중소기업에 대출을 실행해야 하는 제도다. 제도에 따르면 시중 은행은 자금 증가액의 45% 이상, 지방 은행은 60% 이상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줘야 한다. 이 비율은 1997년 7월 정해져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 비율 제도가 시중 은행과 지방 은행에 비율 차등을 둔 건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방의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지역의 경제 발전을 위해 지방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내주자는 분위기였다.
이투데이 취재 결과 지난 1분기 기준 5대 시중 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은행)의 평균 기업자금 대출 비율은 전체 대출 중 46%,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가계자금 대출은 54%였다. 반면 6대 지방 은행(BNK부산, BNK경남, DGB대구, 광주, 전북, 제주은행)의 평균 기업자금 대출 비율은 63%, 가계자금 대출 비율은 37%였다.
한 지방 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은 가계대출보다 규모도 크고 부실 가능성도 크다”며 “이 때문에 대손충당금도 많이 잡아 은행엔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중 은행은 우량 개인 신용 대출과 주택 자금 대출을 중심으로 손쉬운 영업을 했다”며 “알짜만 빼가니 지방 은행은 지역 금융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1분기 기준 총대출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의 비율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시중 은행(0.63%)과 지방 은행(0.33%) 간 2배 가까이 벌어졌다. 시중 은행이 건전성이 높고 담보가 확실한 가계대출 중심으로 영업했고, 지방 은행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 대출 위주로 영업하면서 이들의 연체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방 은행이 이 비율을 지켜도 혜택이 없어 시중 은행과의 차이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온다. 강다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대출 (비율)이 지켜져야 하는 건 맞지만 이에 대해 시중 은행과 비교해 인센티브가 (지방 은행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