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해 배터리 업계가 기술 선점에 나섰다. 하지만 개발 이후에도 실제 상용화까지 업계 목표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다. 현재 사용 중인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내부에 인화성 액체가 없어 폭발 위험이 없는 데다 주행거리는 길어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최근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전고체 배터리의 짧은 수명 문제를 해결하면서 상용화에 한 걸음 다가섰다.
기존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온도에 민감해 60도 혹은 그 이상의 고온 환경에서만 충전할 수 있어 느린 충전 속도가 한계로 꼽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교(이하 UCSD)와 공동 연구로 상온(통상 25도)에서도 빠른 속도로 충전이 가능한 장수명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실리콘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 중 상온에서 충ㆍ방전 수명이 500회 이상인 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500번 이상의 충전과 방전 이후에도 80% 이상의 잔존 용량을 유지하고,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도 약 40% 높이는 것이 가능해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인 진일보를 이뤄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지난 7일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해 달리는 전기차를 공개했다. 2030년까지 자동차 배터리 개발에 1조5000억 엔(한화 약 15조 8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기차 진출이 느렸던 도요타자동차가 전고체 배터리 개발로 차세대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전고체 배터리 단계는 ‘연구’ 단계”라면서 “보통 20년대 후반에 그나마 양산이 되지 않겠느냐고 보는 시각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품이 기술적으로 해결이 돼야 양산이나 상용화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해볼 수 있다”라면서 “아직 연구 단계에 있는 만큼 전고체 배터리를 잘 구현해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에 성공해도 가격 안정성, 내구성을 갖추는 등 극복해야 할 문제도 많다. 실제로 리튬-이온 배터리가 개발에서 상용화까지 수십 년이 걸린 점을 고려하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쉽게 앞당기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전고체 배터리 관련 원천기술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내구성을 갖춰 상용화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목표대로 2027년에 양산을 하더라도 이를 고려한다면 실제 전기차에 적용되는 데에는 10년 이상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배터리 제조사들이 상용화 목표를 6~7년 이내로 잡고 있지만, 시간상 그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는 개발 단계가 끝나도 리튬-이온배터리와 비교해 가격이 6~7배 이상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대량 생산해 값싸게 자동차에 적용하려면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