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 헝다, 급한 불은 껐지만…앞길 첩첩산중

입력 2021-09-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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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만기 도래 위안화 채권 이자 해결” 발표
8350만 달러채 이자는 언급 없어
소매금융상품 판매로 7조원 자금 조달
내년까지 원리금 상환 산적…회생 가능성 어두워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영문명 에버그란데)가 23일 만기가 돌아오는 위안화 채권에 대한 이자를 해결함으로써 급한 불을 껐다. 다만 회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헝다는 전날 성명을 통해 선전증시에서 거래된 2025년 9월 만기 위안화 채권에 대한 이자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해당 이자 액수는 2억3200만 위안(424억 원)으로 알려졌다.

헝다가 해결했다고 밝힌 위안화 채권 이자는 이날 지급해야 하는 이자의 일부다. 헝다는 8.25% 금리의 5년 만기 달러채에 대한 이자 8350만 달러(약 985억 원)와 위안화 채권 이자 2억3200만 위안 등 두 종류 채권에 대한 이자를 이날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2022년 3월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의 이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물론 헝다가 달러화 채권의 이자 지급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하더라도 디폴트(채무불이행)가 확정되지는 않는다. 닛케이는 “23일 예정된 달러 채권에는 30일의 유예기간이 있어 이날 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또 헝다의 달러 채권은 투자자가 분산해 있어 위험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23일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달러 채권은 보유분이 가장 많은 미국 TCW자산관리도 1.48%에 그친다. 다만 헝다의 채권은 특정 회사채가 디폴트되면 다른 회사채도 일제히 디폴트한 것으로 간주되는 ‘크로스 디폴트’ 가능성이 있다.

헝다는 파산 위기 속에서도 경영 재건을 위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 회사 창업주인 쉬자인 회장은 21일 사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헝다는 반드시 어둠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헝다는 자금 부족을 메우고 돈을 갚기 위해 최근 소매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위험한 금융상품을 판매했다. 헝다는 자산관리상품(WMP)을 8만 명에게 팔아 약 62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헝다가 지원하는 안전하고 안정적인 수익률이 판매 활동의 핵심이었지만, 한 임원은 “이들 상품이 일반 소매 투자자들에게는 너무 높은 위험이고 그들에게 제공돼서는 안 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헝다의 일부 이자 지급 문제 해결과 자금 조달 노력에도 회생 가능성은 여전히 어둡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현 상황에서 헝다가 개발한 WMP가 이익을 낼 확률이 높지 않은 데다가, 올해부터 내년까지 상환해야 하는 채권 이자와 원리금 또한 쌓여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29일에도 4500만 달러 규모의 또 다른 채권 이자 지급일이 돌아온다. 또 연내 지급해야 하는 이자 규모는 회사채만 해도 한화로 7500억 원이 넘는 데다가, 내년부터는 6번에 걸쳐 총 76억 달러 상당의 사채 상환 기한을 맞이한다.

중국 정부 역시 헝다의 전면적인 구제보다는 금융 시스템의 파탄을 막는 수준의 개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헝다의 신용 경색이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파급되면 돈의 흐름이 얼어붙을 수 있는 만큼 불똥이 튀는 위험을 피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일정 수준의 채무불이행을 인정하지만, 은행의 연쇄 파산이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등의 소동을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거래를 통해 시중에 1100억 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헝다 파산 우려로 시장이 동요하는 것을 진정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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