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헝다그룹 관련 국내기관 익스포저(exposure·위험노출액)는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인 금융감독원도 부랴부랴 익스포저 파악에 나섰지만, 현재까진 거의 없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송기종 나이스신평 금융평가3실장은 “관련 채권이 있을 수 있어 제로(0)라고까지 말할 수 없지만, 대부분 파악한 바로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 금감원도 상당히 적다고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직접적 영향은 없으나 중국 부동산이 하드랜딩(추락)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원화가 위안화 프록시(Proxy·대리)통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릴 경우 (국내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현재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헝다그룹 채권 보유현황을 파악 중”이라며 “취합하는데 시간이 소요돼 다음주 정도나 현황파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6월말 기준 헝다그룹 부채규모는 1조9826억위안(원화환산 362조원) 수준이다. 이중 해외발행 채권은 1711억 위안, 국내발행 채권 및 전환사채(CB)는 637억 위안이다.
다만, 최근 이슈 전부터 투기수준 신용등급에 머물고 있어 국내 기관들이 투자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각각 6월 중순과 7월 하순까지 B+등급을 부여했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등급자체가 현 사태 발생 전부터도 투기등급”이라고 전했다.
국내 운용사들의 펀드운용 규모도 미미한 수준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는 헝다 관련 인덱스펀드 2종에서 각각 0.06%, 0.07%를 보유하고 있다. 평가금액은 5000만 원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KB운용은 ‘KB차이나H주식 인덱스’ 등 펀드가 있지만 보유비중은 0.02~0.06%에 그치며, 평가액은 20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삼성자산운용 역시 비슷한 규모라는 설명이다. 한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관련 상품이 전무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당국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면서 “중국 헝다그룹과 같은 시장불안 요인이 불거질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주의깊게 모니터링하는 한편 금융시장 안정과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