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시장 의존도가 심화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23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국내 100대 기업의 연결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은 코로나19로 인한 100대 기업의 국내외 매출 변화 분석을 위해 2020년 상반기를 제외하고, 2021년과 2019년 상반기 매출액을 기준으로 했다.
국내 10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총매출액은 723조6000억 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 674조1000억 원과 비교해 49조5000억 원 늘어났다.
늘어난 매출 중 93.7%에 해당하는 46조4000억 원은 해외시장에서 발생했다. 국내 매출 증가분은 3조1000억 원에 불과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100대 기업의 해외 매출액은 397조3000억 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상반기(350조9000억 원) 대비 13.2%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매출액은 326조3000억 원으로 2019년 상반기(323조2000억 원) 대비 1.0%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100대 기업 해외시장 의존도(해외 시장 매출액을 전체 매출액으로 나눈 값)는 54.9%로, 2019년 상반기(52.1%)보다 2.8%p 증가했다.
특히 한경연은 "국내 매출의 경우 기업 규모별 양극화가 뚜렷해, 상위 기업을 제외한 상당수 기업은 내수시장에서 코로나19 충격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2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국내 매출액은 148조1000억 원으로 2년 전(131조 원)과 비교해 13.1% 증가했다. 반면 나머지 기업 국내 매출액은 178조2000억 원으로, 2019년(192조2000억 원)에 비해 7.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 100대 기업의 매출액 5분위 배율 주(매출액 상위 20%와 하위 20% 간 평균 매출액 비율을 뜻하는 용어로, 값이 클수록 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한 것으로 해석)도 10.7배에서 11.3배로 확대됐다.
해외 시장의 경우 미주, 유럽 지역에서 매출액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0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미주지역 매출액은 127조 8000억 원으로 2019년 상반기(103조8000억 원) 대비 23.1% 증가했고, 유럽 지역도 63조6000억 원에서 80조1000억 원으로 25.9% 늘어났다.
반면, 상대적으로 백신 접종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 아시아 지역은 2019년 상반기 대비 2021년 상반기 매출액이 각각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보면, 상위 20대 기업과 하위 80대 기업 모두 올해 상반기 해외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보다 올랐다. 증가 폭은 상위 20대 기업이 하위 80대 기업보다 더욱 크게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의약 의료, 전기·전자, 운수 장비 등 6개 업종에서 국내와 해외 매출이 동시에 증가했다. 반면, 기계, 조선 등 3개 업종은 올해 상반기 국내외 매출이 모두 줄어들었다.
의약 의료 업종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 급증 등으로 2019년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국내 매출이 23.4%, 해외매출은 1068.2% 증가했다.
전기·전자 업종은 비대면 생활과 재택근무 활성화로 모바일, PC,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2019년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국내 매출이 19.6%, 해외매출이 19.0% 늘어났다. 운수장비업종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현대·기아차의 신차 출시 효과에 힘입어 2019년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국내 매출이 13.1%, 해외매출은 10.6% 증가했다.
반면, 기계 업종은 중국 건설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2019년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국내 및 해외매출이 각각 22.7%, 36.4% 줄어들었다.
선박 수주가 매출로 잡히기까지 1년 반에서 2년가량이 소요되는 조선 업종도 과거 업황악화에 따른 수주 공백의 영향으로 2019년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국내 및 해외매출이 각각 22.2%, 75.6% 감소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변이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장기화로 우리나라의 내수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며,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